가까운 친구가 물었다.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 거야? 혹은 자식이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 할거야?"
너무 어릴 때 해 본 생각이고,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나야 하는 모든 일에 수학이 필요하지 않아 본 적이 없지만, 경우에 따라서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학이란 어려운 수준의 수학도 아니고 정규교육과정에 있는 수학, 조금 더 나아가 대학 학부 수준에서 필요한 정도의 수학이다. 그러고 잠시 생각해 봤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고등학교 때 어떤 선생님인가, 아니면 어디 인터넷 강의에서 봤었나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로 고등학교 교육과정 중 일부를 성인이 돼서 실 생활에 응용하는 예시를 들어줬던 것 같다. 이를테면 등비급수를 사용한 복리계산 이라든지. 그런데 별로 와닿는 설명은 아니었다. 그것이 이유라면 성인이 돼서 필요한 부분만 공부하면 되지 않은가. 보다 근본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일단 수학을 공부하면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훈련이 된다. 수학은 그 자체로 논리학이고, 논리의 연결이다. 과학의 발전이 경험적이고 귀납적인 추론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수학은 반대로 선험적이고 연역적인 추론에 의해 발전해 왔다. 머릿속에서 쌓는 논리의 과정에 숙달된다면, 다른 모든 일을 할 때 논리적 사고를 능숙하게 할 수 있다. 논리적인 사고를 하면 뭐가 좋냐? 일 처리, 생활에서의 많은 문제 해결 등 다양한 것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당장 사기를 당할 확률도 줄어들 것이다.(줄어들 뿐이다. 절대 당하지 않는 방법은 없다.)
또, 수학을 공부하면 깊이 있는 시야로 세상을 보게 된다. 현대사회의 대부분 과학적 발전은 수학을 도구로 이루어졌다. 과학의 발견은 단순히 현상을 관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현상을 설명하는 관계식을 찾고, 이를 재연할 수 있게 됨으로써 우리가 이런 과학적 사실들을 응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수학적 상식을 조금 보태면 현대문명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과학기술들의 원리를 알 수 있고, 이런 시야를 가지고 세상을 보면 훨씬 깊이 있게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역사공부와 비슷하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히 몇 년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공부하면 인간이 어떤 본성을 지니고 어떤 선택들을 해 왔고, 이 선택들이 왜 반복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봤을 때, 어떤 이유로 저런 선택들이 이루어지는지 조금 더 깊이 있게 통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를 들자면 수학을 피해 도망친 곳은 낙원이 (거의)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서 취업을 하거나 고급 인력이 되려면 수학 공부가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이과는 당연하거니와 문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법조인도 수에 강해야 한다. 애초에 법조인은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방법을 계속 훈련받는 직업군이라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생각해 보니 사회에서 통용되는 전문직이거나 고급 인력 중에는 의사가 제일 수학을 안 쓸 것 같다. 수학공부가 싫으면 수학을 바짝 공부해서 의대를 가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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