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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멈춘 것 같다.
사무실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있었다. 같은 사무실을 쓰지만 엄밀히는 같은 팀은 아닌, 사이가 안 좋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 친하지는 않은,늘 다른 사람에게 친절해서 나도 친절하게 대했던, 하지만 사적인 대화를 깊이 나눌 정도는 아닌, 그렇게 지내던 동료가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그 분이 세상을 떠났다. 집에서 자다가 돌연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내가 주변 사람의 죽음을 처음 겪은 것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언젠간 떠난다는 것도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러나 주변 사람의 죽음은 늘 슬프고 힘들다. 젊은 나이에 너무 이르게 멈춰버린 그의 삶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동료로서 어떤 것을 더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같이 있을 때 더 잘했어야 했나 싶다. 그렇지만 이미 늦었다. 지금이라도 할 수..
페이커의 프로페셔널
2025년 롤(League Of Legends) 월즈에서 페이커 선수가 이끄는 T1이 또 우승했다. "또"라고 쓴 이유는 페이커가 작년에도 우승했고, 그 전년에도 우승해서 세 번 연속 우승기록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번 우승으로 페이커는 월즈 6회 우승이라는, 사실상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기록을 썼다. e스포츠 특성상 언젠가는 롤의 인기도 시들해질 텐데, 아마 롤 리그가 없어질 때까지 페이커의 기록을 깨는 사람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 기자가 페이커에게 "e스포츠도 스포츠라고 생각하냐"는 식의 다소 무례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때 페이커가 이렇게 답했다. "몸을 움직여서 활동하는 게 기존의 스포츠 관념인데, 그것보다 중요한 건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께..
러닝 이야기, 그리고 무릎 부상 회복기
1. 나의 러닝 러닝을 언제부터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대학 다닐 때 그렇게 좋아했던 버벌진트 노래 중에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저렇게 치열하게 멋있게 사는 삶에 달리기는 필수구나! 생각했다. 쿨해 보였다. "나이키 런" 앱 기록을 보니 2019년부터 기록이 있다. 이때는 러닝이라 하기도 조금 민망하다. 패기 좋게 나가놓고, 한 15분 뛰면 너무 힘들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깨작깨작 뛰기를 몇 년. 2023년에 런데이 앱을 깔고부터, 본격적으로, 그리고 주기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30분 달리기 훈련 프로그램에 맞춰서 하나씩 클리어했다. 처음 5km를 뛰었을 때의 기쁨이 아직 생생하다. 그때는 지속주, LSD(Long Slow Distance), 심박수 같은 걸 몰랐기에 매..
"눈물을 마시는 새"를 읽고
이영도 작가의 『눈물을 마시는 새』를 읽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그의 데뷔작 『드래곤라자』를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항상 난다. 그 당시 나는 『드래곤라자』를 인생 최고의 소설로 꼽았다. 이후 다른 판타지 소설을 계속 접하지는 못하고, 이런저런 다른 소설과 책으로 눈을 돌렸다. 역시 나는 하나를 깊이 파기보다는 이 분야의 걸작을 맛봤으니 다른 분야도 섭렵해 보고 싶은 성격이다. 어릴 때부터 가진 기질인가 보다. 『드래곤라자』는 이영도 작가가 톨킨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쓴 장르 판타지 소설이다. 그 시절 판타지란 거의 모두 톨킨의 세계관이었다. 게임이든 소설이든 엘프, 드워프, 오크, 오우거 같은 종족들이 등장했다. 그래서 나도 판타지는 당연히 그런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가 몇 편의 ..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포 없는 감상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 나온다고 해서 몇 주 전부터 개봉을 기다렸다가 개봉 첫 날 봤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은 박찬욱이다. 그의 영화는 늘 새롭고 신선한 것을 보여준다. 폭력적이고 과격하면서도 등장인물의 심정에 공감되게 하고, 아름다운 미장센이 존재하며, 쉽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개연성이 높은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갖추고, 진한 여운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는 영화를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고, 그 불편함 속에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거나,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박찬욱 감독이 특히 그런 부분을 잘 보여준다고 본다. 이번에 개봉 첫날 관람한 "어쩔수가없다"도 그런 영화다. 큰 틀에서 주제는 "사양 산업에서 공장 ..
[Editorial Thinking(에디토리얼 씽킹)] 을 읽고
"에디토리얼 씽킹"은 잡지 매거진 에디터이자 작가로 20년을 넘게 보내온 최혜진 작가가 자신의 에디터로서의 경험을 그녀의 깔끔한 문투로 풀어낸 책이다. 책 전체가 에디터 선배가 후배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하는 느낌이다. 에디터로 일하면서 느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뽑아내고, 어떻게 구성해서, 어떻게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지"의 전 과정을 설명한다. 현역 에디터이거나 에디터를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읽기를 추천하는, 그리고 사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도 읽어보면 좋을 그런 책이다. 작가가 정의하는 에디토리얼 씽킹은 '정보와 대상에서 의미와 메세지를 도출하고, 그것을 의도한 매체에 담아 설득력있게 전달하기 위해 편집하고 구조화하는 일련의 사고방식'이다...
일간지(종이신문)를 읽는 이유
어릴 때부터 종이신문이 친숙했다. 새벽에 늘 신문이 배달됐다. 아버지는 늘 출근 전에 거실 바닥에 신문을 펼쳐놓고 읽으셨다. 구부정하게 반쯤 엎드려 읽는 자세가 불편하지 않으신가 생각이 들었다. 또 어머니는 사무실에서 남는 신문이라며 퇴근길에 석간신문을 들고 들어오셨다. 한 달이면 폐지가 한 묶음 나와 그것을 폐지 수거함에 버리곤 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읽는 신문을 나도 읽어보려고 몇 차례 시도 했던 기억은 나는데, 한자도 너무 많고 정치면 기사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었다. 읽지는 않았지만, 그 친숙함은 남아 있었다. 대학교 다닐 때 즈음 시사 상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멍청한(자기 분야만 잘 알고, 사회에는 무지한) 공대생은 되고 싶지 않아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이때도 ..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을 기각한 헌재 - 그럼 무엇이 중대한 위법행위인가?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기각 판결 -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는 위법하나 중대하지는 않다 2025년 3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가 기각됐다. 결과는 기각 5인, 인용 1인, 각하 2인이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위법한 지, 그리고 파면할 만큼 중대한지 여부다. 재판관 4인(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은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는 헌법 등을 위반한 것이나,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사유는 아니라고 보았다. 김복형 재판관은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하였고, 정계선 재판관은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가 헌법과 법률 위반이며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다며 탄핵 인용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앞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