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네임드랍은 아이폰 끼리만 되는거 아니야?

    대학원 개파 날이었다. 개강 전에 했던 수업, 신입생 설명회 등 여러 행사를 모두 빼먹었기 때문에 과 동기 중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싸 탈출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각오를 다졌다. "여기서 실패하면 2년 동안 혼자야." 식사 자리에서 고기와 함께 맥주도 조금 들어가고, 같은 테이블에 앉은 동기, 선배들과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눴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앞자리에 앉은 친구들끼리 번호교환을 하자며 핸드폰의 머리를 맞댔다. 오잉 저게 뭐지? 저렇게 하면 진동과 함께 서로 번호가 뜬다고 한다. 그러면서 서로 서로 핸드폰 머리를 맞대며 번호를 주고 받는 시간이 됐다. 영화 ET에서 손가락을 마주하며 인사하는 것 처럼 나에게는 조금 생경한 모습이었다. '네임드랍'이라는 기능이라고 한다. 그리고 조..

    Bilingual이 가능할까

    LA를 여행할 때 한인타운에서 유명한 BCD 순두부를 먹으러 갔다. LA에서 시작해서 한국으로 역수입된 LA 한인타운에서 가장 유명한 한식집이다. 조금 이른 저녁 시간에 갔는데도 대기시간이 1시간 가까이 되었다. 그 와중에 예상치 못한 비까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천막을 쳐 두고 대기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는 점이다. 순번을 기다리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그 풍경이 새삼 흥미로웠다. 30~40명의 대기 인원 중 90%가 한국인이었다. 미국 여행 중이 맞나 잠깐 착각이 들 정도. 한국인 친구와 같이 오지 않고 백인이나 흑인끼리 온 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한인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다닥다닥 붙어서 기다리다 보니 몇몇의 대화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한국말로 대화하는 팀. 영어로 대화하는 팀..

    사막 위의 플랫폼 - 라스베이거스

    미국 여행 중에 라스베이거스를 들려 즐거운 관광의 시간을 가졌다. 라스베이거스를 처음 방문하여 거닐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을 기록해 본다. 1. 자본주의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자본주의의 환상을 심어주는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자본주의 체제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세뇌하고 자극한다. 실제로 부자인 소수에게 굉장히 많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으면서도 "너도 돈이 있으면 다 누릴 수 있는 것이야"라고 선전한다. 그리고 능력에 따라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표방하여 자본에 따라 실질적인 계급이 정해지는 것을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또, 사람들의 소비욕구, 신분상승욕구, 과시욕구를 자극해 부의 결핍을 느끼도록 하고, 더 많은 노동과 소비를 강요한다. 이런 자본주의의 세뇌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첫째, 직접..

    실리콘밸리 여행과 커피챗

    회사를 휴직하고, 대학원 개학을 준비하는 사이에 시간을 내서 미국여행을 하고 있다. 형이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가족들도 볼 겸 겸사겸사 서부를 다니기로 했다. 실리콘밸리 근방을 여행 다니면서 정말 이 동네는 세계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민자 국가인 미국이 여태까지 백인 위주로 구성된 사회였다면, 이 지역에서부터는 정말 세계의 다양한 인종이 한 곳에 모이는 느낌이다. "where are you from?"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애초에 아시아인이 너무 많아서 여행객처럼 보이지도 않는 것 같다. 이런 와중에 고마운 분 덕에 좋은 기회로 실리콘밸리에 진출해서 고군분투하는 한인 스타트업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주로 한국인이 미국에서 하는 ..

    20230913 Data science 대학원 진학 계획

    나의 본업보다 내 삶에서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시스템 트레이딩이지만, 본업에 치여 작업 시간은 늘 부족하고, 작업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욕심에 잠을 줄이며 피곤하게 지낸 나날들을 몇 년째 보내다 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또한, 아마추어 개발자, 독학 시스테머(systemer)의 한계가 늘 느껴져서 더 제대로 공부해서 전문성을 갖추고 싶은 욕심도 계속 따라온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 바로 본업을 잠시 미루고 Data science 분야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다. 우선 시간적인 측면에서 보면, 본업 때문에 작업이 뒤로 밀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 점이 크게 개선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물론 대학원에서 공부가 아주 널럴해서 시간이 엄청 여유로워질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KT 프리미엄 인터넷 가입 실패 후기

    시스템 트레이딩과 이를 위한 데이터 수집을 하다보니, 컴퓨터 성능도 인터넷 속도도 늘 조금씩 아쉬울 때가 있다. 이참에 10기가 인터넷을 가입해보려고 시도해봤다. KT, LG, SKT 전부 10기가 인터넷을 경쟁적으로 서비스하고 홍보하고 있다. 가격은 비슷비슷한듯 하니 쭉 써오던 KT인터넷을 업그레이드 할 심산으로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10기가 프리미엄급 인터넷에 가입하려고 상담사에게 문의하니 고객님 지역은 5기가가 최대치라고 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역마다 제한이 있는 것인가? 지역마다 다르다면 근처 기지국에서 10기가 인터넷을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것인가? 이유를 물어도 상담사 본인은 모르고 그렇게 나와있다고만 한다. 여기서부터 쌔한 느낌이 든다. 일단 5기가 인터넷이라도 설치하기 위해 기사님..

    습관 만들기

    유튜브 알고리즘을 떠돌다가 무슨 동기부여 영상 같은 것을 봤다. 공무원 수험가 학원 강사가 독설을 날리면서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있고, 무슨 외제차 영상을 보여주며 나레이션으로 삶이 어쩌고 하는 영상도 있고, 각양각색의 영상들이 있더라. 조회수도 높다. 또 나태해질 때 마다 보러 온다는 감동의 댓글들도 많았다. 이런 것을 보고 동기부여를 받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때, 언제 즈음에는 동기부여가 되는 글과 책을 찾아봤던 것 같다. 나태함을 질책하는 동기부여라기 보다는 목적의 구체화를 통해 동기부여를 받기 위해서였다. 학생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하면 돌아오는 보상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나의 노력이 어떻게 보상으로 다가오는지, 나의 삶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이런 글들을 찾아봤..

    고통의 심리

    나는 통증에 매우 예민하고 엄살이 심한 편이다. 그러나 반대로 웬만한 고통도 잘 참아내기도 한다. 이 모순의 원인은 무엇인가. 내 몸이 다칠지도 모르는 원인불명의 고통은 작은 고통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고, 의료행위 과정에서 생기는 고통이나 스트레칭처럼 내 몸에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고통은 상당히 커도 잘 참아낼 수 있다. 결국 고통을 참는 인내심은 어떤 마음의 단단함이라기 보다는 고통의 원인과 결과를 아는 앎에서 발현된다고 볼 수 있다. 원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번에 새삼 그것을 뼈저리게(실제로 어깨뼈가 저리다) 느꼈다. 어깨 수술 후 보조기로 어깨를 고정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계속 원인 모를 통증이 생겨서 몹시 견디기 힘들었다. 수술 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통증이 줄어야 하는데 수술 3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