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중에 라스베이거스를 들려 즐거운 관광의 시간을 가졌다. 라스베이거스를 처음 방문하여 거닐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을 기록해 본다.
1. 자본주의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자본주의의 환상을 심어주는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자본주의 체제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세뇌하고 자극한다. 실제로 부자인 소수에게 굉장히 많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으면서도 "너도 돈이 있으면 다 누릴 수 있는 것이야"라고 선전한다. 그리고 능력에 따라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표방하여 자본에 따라 실질적인 계급이 정해지는 것을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또, 사람들의 소비욕구, 신분상승욕구, 과시욕구를 자극해 부의 결핍을 느끼도록 하고, 더 많은 노동과 소비를 강요한다. 이런 자본주의의 세뇌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첫째, 직접 자본가가 되거나, 둘째, 세뇌당하지 않고 내가 진짜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소득 수준과 소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성찰하는 것이다.
이런 자본주의의 자극은 이미 미국이든, 한국이든 모든 일상과 TV광고, 유튜브 등에 만연해서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런데, 라스베이거스는 특히 도시 자체가 이런 자극을 위해 존재하는 느낌이다. 돈만 있으면 좋은 호텔, 좋은 서비스, 좋은 식사 등을 아주 호사스럽게 누릴 수 있다. 불과 몇 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다른 사람들은 "와 저런 호텔은 어떤 사람들이 가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본주의가 자극하는 소비의 핵심인 과시를, 아주 쉽게 가까운 주변에 할 수 있게 해주는 느낌이랄까?
이번에 나도 조금 무리해서 꽤 좋은 호텔에 있었음에도, 더 좋은 최고급 호텔을 보면서 "와 나중에는 더 벌어서 저런 호텔을 가봐야지", "나중에 올 때는 쇼핑도 마음 것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뻔히 보이는 자극에 반응하는 멍청한 생각일지 몰라도, 어쨌든 이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해 좋은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망은 그게 비록 자본주의의 세뇌일지라도, 개인과 사회를 성정하게 하는 동력인 것은 맞으니까.
2. 플랫폼과 트래픽
라스베이거스에는 최근에도 엄청난 선전 효과를 내고 있는 스피어가 지어지는 등 자본이 계속 투자되고 있다. 자본이 투자되어 더 신기하고 좋은 볼거리가 생기고, 사람들이 더 몰리고, 이에 자본이 더 투자되는, 긍정적인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느낌이다. 이미 기반이 잘 다져져 있어서 수요와 공급이 계속 맞물리며 성장하는, 도시 자체가 일종의 성공적인 플랫폼 사업 같다. 아무것도 없던 사막 땅에도 기반이 잘 갖추어진 이런 플랫폼 같은 도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반대로 여태까지 잘 성장해 온 대표적인 서부 도시인 샌프란시스코는 하락세를 걷고 있다. 사람들을 몰리게 하여 트래픽을 만드는 것, 그리고 이를 유지하고 계속 키워나가는 것, 도시든 웹이든 상상은 쉽지만 실현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해 본다.
3. 카지노
라스베이거스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카지노다. 어릴 때 한번 즈음은 잃을 때마다 베팅액을 두 배씩 늘리는 마틴게일 베팅으로 카지노를 이길 수 없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내 카지노에서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두고 있고, 이를 시행하기 위해 나의 자본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다 퀀트에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공부하다 보면, 혹은 영화 '21'을 통해서 카드카운팅으로 카지노를 이긴 에드워드 소프에 대해 알게 된다. 충격도 잠시, 또 카지노에서 카드카운팅을 막기 위 여러 장치들을 도입했음을 알게 된다.
지금이야 실행이 어렵다 치더라도, 에드워드 소프가 블랙잭에서 카지노를 이긴 방법은 시스템 트레이딩과 아주 유사해서 공부거리로 많이 사용된다. 핵심은 ①확률적 우위가 있는 상황이 왔을 때, ②적절한 금액을 ③반복하여 베팅하는 것이다. 첫째로 확률적 우위가 있는 상황을 찾아야 한다. 블랙잭에서는 A,10,J,Q,K 카드가 많이 남아 딜러가 버스트 될 확률이 높을 때, 시스템 트레이딩에서는 과거에 반복되어 앞으로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 같은 패턴이 발견될 때 확률적 우위가 있다. 둘째, 적절한 금액을 베팅해야 한다. 블랙잭에서 아무리 유리한 상황을 기다려도 승률이 100%가 되기는 어려우며, 시스템 트레이딩에서도 같은 패턴이 발견되어도 이번에는 다르게 움직일 확률이 늘 존재한다. 그래서 필승의 기회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를 반복하여 실행할 수 있는 적절한 금액을 베팅해야 한다. 세 번째는 반복적인 베팅이다. 카지노에서는 사람이 기회를 포착하고 베팅을 꾸준히 시행해야 하는데, 카지노의 적발, 선수의 돌발행동 등으로 이 점이 꽤나 어려웠다고 한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컴퓨터가 자동으로 해주니까 반복적 베팅이 쉬울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MDD(최대 손실폭)이 계속 갱신되는 상황에서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전략을 고 끄는 것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그래도 다행히 시스템 트레이딩이 카지노와 승부하는 것보다 확장성이 높은 것 같다. 선수들을 계속 고용해서 훈련시키거나, 카지노의 감시와 싸우거나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전략을 계속 연구하고 시장을 확장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라스베이거스에 오긴 왔는데, 내가 하는 분야처럼 확률적 우위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서 카지노를 즐기고 싶은 생각이 별로 안 들었다. 카지노 엣지를 제외하고 45~49% 되는 게임을 반복해 봤자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0으로 수렴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운이 좋아서 위아래로 요동치다가 살짝 수익 구간에 있을 때 그만둘 수는 있지만, 나는 운이 아니라 확률에 베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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