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휴직하고, 대학원 개학을 준비하는 사이에 시간을 내서 미국여행을 하고 있다.
형이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가족들도 볼 겸 겸사겸사 서부를 다니기로 했다. 실리콘밸리 근방을 여행 다니면서 정말 이 동네는 세계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민자 국가인 미국이 여태까지 백인 위주로 구성된 사회였다면, 이 지역에서부터는 정말 세계의 다양한 인종이 한 곳에 모이는 느낌이다. "where are you from?"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애초에 아시아인이 너무 많아서 여행객처럼 보이지도 않는 것 같다.
이런 와중에 고마운 분 덕에 좋은 기회로 실리콘밸리에 진출해서 고군분투하는 한인 스타트업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주로 한국인이 미국에서 하는 창업,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등에 관한 이야기를 묻고 들었다.
한국인의 역량은 뛰어난데 역량에 비해 미국 진출 성과가 좋다고 하기는 어려운데,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역시 언어의 문제이다. 과거에 비해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주 많이 늘고, 영어권 국가에서 생활한 경험이 없어도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지만, 그래도 아직 언어는 큰 장벽으로 남아있다. 특히 사업을 하려면 단순히 의사소통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설득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만큼 잘 하기는 아직도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도 영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한국에 돌아가면 링글(Ringle)을 다시 수강해야지.
둘째, 문화의 차이이다. 언어가 어느 정도 되어도 한국인들이 미국식 문화, 특히 비즈니스 관계를 맺는 미국식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자신감 있는 태도와 부족함을 숨기지 않는 모습, 그리고 적절한 상황에서의 적절한 유머의 구사하는 등 개인 스스로가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아이고 이건 한국에서도 어려운 일 아닌가.
셋째, 마지막으로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마음이다. 스타트업이란 것이 배수의 진을 치고 수 없이 도전해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영역인데, 언제나 돌아갈 곳이 있는 한국인들이 타지에서 그만큼 긴 터널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세계라는 더 큰 시장을 찾아서, 더 큰 무대에서 나를 증명하기 위해서 한두 번 도전해 볼 수는 있지만, 깜깜하고 긴 터널을 지나다 보면 '꼭 여기에서만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과 싸워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미국은, 실리콘밸리는 도전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 구축되어 있고, 성공의 열매가 더욱 값지므로 한국인들이 더욱 많이 넘어와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혼자서 트레이딩 시스템을 구축하는 나는 스타트업 업계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렇지만 나도 점점 시장을 확장해 나가야 하는 숙제가 있다. 한국 주식에서 파생상품으로, 언젠가는 가상화폐와 미국 또는 세계 시장까지 확장하고 싶다.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실리콘밸리에서 월가의 헤지펀드들과는 조금 다른, 테크 중심의 트레이딩 컴퍼니를 운영하는 상상을. 상상은 자유니까
귀한 시간을 내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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