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리즘을 떠돌다가 무슨 동기부여 영상 같은 것을 봤다.
공무원 수험가 학원 강사가 독설을 날리면서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있고, 무슨 외제차 영상을 보여주며 나레이션으로 삶이 어쩌고 하는 영상도 있고, 각양각색의 영상들이 있더라. 조회수도 높다. 또 나태해질 때 마다 보러 온다는 감동의 댓글들도 많았다. 이런 것을 보고 동기부여를 받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때, 언제 즈음에는 동기부여가 되는 글과 책을 찾아봤던 것 같다. 나태함을 질책하는 동기부여라기 보다는 목적의 구체화를 통해 동기부여를 받기 위해서였다. 학생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하면 돌아오는 보상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나의 노력이 어떻게 보상으로 다가오는지, 나의 삶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이런 글들을 찾아봤던 것 같다. 실제로 도움도 어느 정도 됐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저런 영상을 봐도 아무 감흥이 들지 않는다. 동기부여를 어떻게 할 지, 나태한 나를 어떻게 채찍질 할 지 같은 걱정을 전혀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무슨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경험과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이다.
먼저, 어떤 고단한 작업을 수행할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성취를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다. 내가 이 일을 해내면 어떤 보상이 오는지, 무엇이 달라지는지,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알아야 한다. 내가 회사에서 이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어떤 인정과 보상이 따라오는지, 내가 개인적인 취미를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하면 어떤 수준에 다다를 수 있는지,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내가 운동을 더 열심히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말이다. 그런데 과업과 성취를 연결시켜서 예측하려면 성취에 대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비슷한 유형의 성취를 해본 경험을 가지고, 사회가 굴러가는 다양한 요인들을 관찰하면 나의 노력이 성취로 치환되는 과정을 잘 인지할 수 있다.
대학입시를 치루기 전, 직업을 가지기 전, 열심히 일 해보기 전, 처음 겪는 일들에서는 이 결과물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주변에 조언을 구하거나, 양질의 정보들을 찾아 보는 것도 좋은 노력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할 일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 일이다. 앞서 말한 성과를 인지하는 작업도 습관을 만드는 것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노력에도 관성이 있다. 노력하는 와중에는 노력을 지속하는 일이 전혀 힘들지 않지만, 한번 나태해지면 다시 노력의 시동을 걸기가 쉽지 않다. 어제 운동을 한 후, 오늘도 운동을 하는 일은 굉장히 쉬운 일이지만, 몇 년 동안 운동을 하지 않다가 운동을 시작하는 일은 굉장히 고되고, 엄청난 의지를 필요로 한다. 즉, 내가 해야 하는 또는 하고 싶은 노력&업무&작업&운동&취미&생활 무엇이든 나의 생활 속에 스며들게 하고, 관성적으로 이 일이 이루어지도록 만들면 된다. 이렇게 되면 중간 중간 찾아오는 작은 좌절과, 나태, 탈선에도 다시 습관으로 돌아와 노력을 지속해 나갈 수 있다.
어떤 일이든 특별한 경지에 도달하려면 일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일만 시간의 법칙이니, 마음가짐으로 뭐든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시크릿이니 하는 동기부여와 성공에 대한 내용은 전부 "습관으로 만들라"는 말로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하는가, 어떻게 습관으로 만드는가.
그건 나도 모른다. 그냥 잘 하고 싶은 일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을 습관화 하면 된다.
글을 잘 쓰고 싶고, 블로그에 더 많은 글을 남기고 싶어졌다. 전부터 생각해오던 일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잘 안되길래, 습관처럼 방법을 생각해냈다. 글 쓰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 쓰는 일을 루틴화를 해야겠다. 1주1글 쓰기를 해야겠다. 습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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