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수술을 끝내고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으니 부모님이 안쓰러웠는지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주셨다.
너무 많이 자주 챙겨주시니 주시는걸 처리하기도 급급하고 슬적 질려갈 즈음이었디.
"오늘은 초밥 사갈게 먹자"
초밥.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가.
아들을 사랑하시는 어머니는 아들이 초밥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기억하고 계셨다.
하지만 어머니가 모르시는게 하나 있었다.
초밥을 좋아한다는 것은 아무 초밥이나 먹지 않는다는 것이지 아무 초밥이나 먹는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불안해진 나는 식당하나를 링크했다
"여기 초밥 포장해주는곳인디 여기 맛있음"
검소한 어머니의 성향을 알기에 최고급 오마카세는 고려도 안 했고, 그래도 동네에서 가성비 좋기로 평이 나 있는 곳이었다. 마침 요양 중에 한 번 사 먹을까 생각도 했던터라 상황이 괜찮았다.
"코스트코에서 사가려는데~
거기 가야하나?"
헉 그럼 그렇지. 진짜 큰일 날 뻔했다. 다이어트 중에 한정된 칼로리를 코스트코 초밥으로 채운다는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렇게 대화를 마무리한 뒤 점심즘 초밥마트를 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벨을 누르고 부모님이 집에 들어왔다.
"아우 코스트코 사람도 엄청 많고 초밥도 무겁고 혼났다"
헉.. 사오셨다. 그리고 많이도 사오셨다. 내 말은 그냥 흘리셨다. 내가 그냥 코스트코 초밥 사오란줄 아셨단다.
표정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생각해서 사 오신거고 사오느라 힘들었다 하는데 이런거 안 먹겠다고 어찌 하겠는가.
그치만 먹는 순간 알았다. 이건 성의를 봐서 다 먹을 그런 게 아니었다. 샤리는 떡이되어 있고 샤리 양도 어마어마했다.
깨작대고 있으니 아버지도 거들었다. "밥이 참 맛이 없다."
결국 사온 엄마까지도 맛이 없음을 동의했고. 그럼에도 아깝다며 몇점 더 집어먹으라는 지난한 실랑이 끝에 일부는 버렸다.
어머니가 그러셨다.
"코스트코 초밥이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엄마.. 마트초밥은 항상 이랬어요....)
달라진게 있다면 엄마 따라 마트를 갔다가 초밥을 사달라고 하는 아이는 이제 없고, 맛만 있으면 비싼 스시를 먹는 데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직장인이 있으며, 이 직장인은 아무 초밥이나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머니에게도 맛있는 스시를 사드려야겠다. 이 돈내고 이걸 먹냐며 구박하시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오늘의 초밥전쟁은 패자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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