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통증에 매우 예민하고 엄살이 심한 편이다. 그러나 반대로 웬만한 고통도 잘 참아내기도 한다.
이 모순의 원인은 무엇인가.
내 몸이 다칠지도 모르는 원인불명의 고통은 작은 고통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고, 의료행위 과정에서 생기는 고통이나 스트레칭처럼 내 몸에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고통은 상당히 커도 잘 참아낼 수 있다.
결국 고통을 참는 인내심은 어떤 마음의 단단함이라기 보다는 고통의 원인과 결과를 아는 앎에서 발현된다고 볼 수 있다.
원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번에 새삼 그것을 뼈저리게(실제로 어깨뼈가 저리다) 느꼈다.
어깨 수술 후 보조기로 어깨를 고정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계속 원인 모를 통증이 생겨서 몹시 견디기 힘들었다. 수술 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통증이 줄어야 하는데 수술 3주가 지나서부터 사소한 움직임에도 어깨가 삐그덕대는 느낌이었다. 수술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면서 크고 작은 통증에도 고통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이 지나 수술 후 7주가 지나서야 보조기를 풀었다. 어깨는 굳을대로 굳어서 팔이 전혀 올라가지 않았고 작은 움직임에도 어꺠가 찢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르다. 전에는 수술 후유증으로 어깨뼈나 인대가 다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는데, 지금은 굳은 어깨를 재활을 통해 풀어야 할 때며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통은 당연한 것이라 한다. 고통의 원인을 알게되고, 고통이 가져올 결과를 알게되니 이전보다 아픔의 크기는 크더라도 견디는 인내심이 더 커졌다.
어깨가 찢어지는 아픔에도 누가 이기나 해보자 하면서 매일 어깨 스트레칭을 쫙쫙 해내고 있다. 이 고통이 오히려 나를 건강하게 한다니. 얼마든지 견뎌주마.
이렇듯 고통을 감내하는 마음은 마음의 강함 같은 것이 아니라 고통의 대한 이해에서 오는 것이다.
마음의 고통도 물리적 고통과 마찬가지다. 원인과 지속기간, 해결책, 고통이 가져올 결과를 알지 못하는 마음의 고통은 작은 것이라도 견디기 힘들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면 보다 굳건한 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고통도 타인을 이해하면 한층 견디기 쉬워진다. 저 사람이 왜 저 지랄을 하는지 이해하면 공감은 못 해도 납득정도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다. 그래서 늘 생각하려 노력한다. "암! 그럴 수 있지.."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KT 프리미엄 인터넷 가입 실패 후기 (1) | 2023.05.14 |
---|---|
습관 만들기 (0) | 2023.05.07 |
통증의 가설 (0) | 2022.09.29 |
초밥전쟁 (0) | 2022.09.08 |
청기와 타운을 방문하고 (0) | 2022.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