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성 탈골을 치료하기 위해 어깨수술을 한지 3주가 지났다.
수술을 마친 주에는 타고 있는 차가 과속방지턱을 넘는 충격에도 비명소리가 나올 만큼 아팠다. 또 6주간 어깨를 고정시켜놔야 하는데, 팔을 묶어둔 보조기도 생각보다 답답했다. 어떤 자세를 취해도 고통과 답답함을 피할 재간이 없어 잠도 잘 못자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은 점점 줄어들었다. 2주차에 수술부위 실밥과 드레싱을 제거하고, 3주차즘 되니까 손도 대충 꼼지락 거릴수 있겠고 아픔도 덜해져서 지낼만하다 싶었다.
그러나 방심하면 사고는 생기기 마련이랬던가... 점점 나아지던 통증이 어느순간부터 다시 생기더니, 아침에 씻다가 억 하는 소리와 함께 비누를 떨어뜨렸다. 왼쪽 어깨가 덜그럭 거리면서 통증이 느껴졌다. 특별히 가동범위가 넓거나 위험한 움직임은 아니었는데 그냥 그렇게 아팠다.
다행이 큰 이상은 생긴 것 같지는 않고 마치 수술 직후처럼 작은 움직임에도 아픈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 다시 잔뜩 겁 먹고 왼팔을 꽉 고정시켰다.
통증과 불편을 다시 겪으니 생각이 많아진다.
습관처럼 원인이 무엇일까 추론해본다. 먼저 가설을 세워야한다.
1. 3주간 붙여왔던 진통패치를 이제 괜찮겠지 하고 붙이지 않은 첫 날부터 통증이 강해졌으므로 진통패치를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 전날 회사에서 주섬주섬 보고자료와 결재판을 챙기다가 왼손으로 든 결재판이 무거워 통증과 함께 놓쳤는데 이때부터 통증이 강해졌다.
3. 좀 괜찮아졌다고 이래저래 방심하고 가동범위를 늘리거나 키보드를 치는 행동들이 누적되어 어깨에 무리가 갔다.
다른 원인은 떠오르지 않으므로 이 정도 가설을 세워본다.
그 다음 할 일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모델링이다. 원인으로 추정되는 독립변수를 설정하고 나머지 변수를 통제한 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1번가설의 독립변수는 진통패치의 유무이다 진통패치를 다시 붙이면 통증이 줄어드는지 다시 안 붙이면 통증이 생기는지 확인하면 된다. 변수통제를 위해 팔은 최대한 움직이지도 않고 무게가 나가는 어떤것도 들지 않는다.
2번가설은 통증이 가라앉은 후 다시 무게있는 물체를 들어본다. 변수통제를 위해 진통패치는 붙이거나 뗀 상황을 유지하고, 팔은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다.
3번가설은 통증이 가라앉은 후 다시 팔의 가동범위를 슬슬 넓혀본다. 변수통제를 위해 무거운 물건은 들지않고 진통패치도 붙이거나 뗀 상황을 유지한다.
자 이제 실험만 하면 된다. 가장 주요한 원인을 파악한 후 그 행동만 주의하면 안전한 회복기간을 누릴 수 있겠지..
생각이 여기까지 흘렀을때 나는 진통패치를 붙이고 왼팔에 어떤 것도 들게하지 않을 기세로 꼬옥 고정시켰다. 이 실험은 실패다. 고통 앞에서는 모든 것을 조심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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