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 Thoughts
인류애
사람은 자기와 가까운 일에 대해 더 깊이 공감하고 이해한다. 나의 고통과 나의 죽음, 내 가족의 고통과 죽음, 친구와 지인들, 같은 지역, 회사, 그룹, 그 경계가 멀어질수록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인간의 본성일 수도 있다. 진화이론에 따르면 자기와 가까운 집단일수록 비슷한 유전자를 가졌을 확률이 높고, 이에 대해 더 깊은 이타심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나와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멀리 있는 사람의 일을 나와 상관없다고 치부해 버린, 그 본능대로 했던 행동들은 많은 비극을 가져오기도 했다. 다른 부족, 다른 나라와의 전쟁, 다른 인종에 대한 학살, 계급 간 차별.. 나치도 아리아인들끼리는 강한 공감과 이타심을 보였다. 단지 유대인을 자신들과는 상관이..
챗지피티(ChatGPT) 이대로 괜찮을까?
새로운 세상에서도 사장되지 않을 '근본 스킬'(https://rootsoo.tistory.com/34) 이란 글에서 새로운 기술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멍청한 '기득권'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동시에 사장되지 않을 근본 스킬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 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른 방향으로 생각이 확장되고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챗지피티에 사소하고 잡다한 질문을 모두 물어가며 쉽고 빠르게 정답을 얻어내고 있었다. 특히 코딩 분야에서 챗지피티는 가공할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구글링 해서 관련 문법을 찾고, 이를 응용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스택오버플로우를 뒤져가며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 나갔다면, 이제는 그냥 "이런 동작을 하는 코드를 짜고 싶어, 파이썬으로"라고 치기만 하면..

민희진이 되자 - 민희진 2차 기자회견을 보고
하이브와 어도어, 방시혁과 민희진과의 공방으로 대한민국이 뜨겁다. 평소 아이돌 산업에 관심이 없는 이들까지도 민희진을 이야기한다. 세상 사람들은 민희진의 1차 기자회견이 주는 임팩트를 이야기하지만, 나는 민희진 해임을 막는 가처분소송 인용 후 가진 2차 기자회견에서 민희진이란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하이브와 어도어 간의 분쟁은 각자의 입장 차이가 있는 문제고, 주주 간 계약, 상법상 절차에 따라서 공방이 이루어질 것이고 누구 일방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고 해서 일방만 옳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이 글은 민희진이라는 인간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글이다. 1. 경영인의 관점 민희진은 훌륭한 경영인이다. 인터뷰 내내 민희진은 어떤 것이 주주에게 이득이 되는지를 얘기했다. 어도어의 대표로서 최고의 ..
![[넷플릭스] 애슐리 매디슨(Ashley Madison)](https://img1.daumcdn.net/thumb/R750x0/?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nzVvc%2FbtsHH8bgs1m%2FkPjck8hx270gv9JNb7k9ik%2Fimg.jpg)
[넷플릭스] 애슐리 매디슨(Ashley Madison)
넷플릭스 다큐 애슐리 매디슨을 봤다.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앱이지만 꽤나 유명한 사건이었나 보다. 애슐리 매디슨은 기혼자들을 위한, 불륜을 위한 데이팅 앱이다. 존재부터 엄청 자극적이다. 그리고 이 앱의 존재를 반대하는 세력이 이 데이팅 앱의 데이터를 해킹하고, 사용자들의 정보를 다크웹에 뿌리는 일련의 사건을 보여주는 다큐였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사용자 정보가 공개되고 많은 사람들이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많은 사람들 이래 봤자 불륜을 목적으로 데이팅앱에 가입한 사람들이다. 이 중 (다큐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유명인도 있고, 다큐에서 주로 소개되는 유튜버도 있었으며, 또 누군가는 직장에서 짤리기도, 누군가는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숨기고 싶은 사생활이 있다. 그리고 사생활이라 ..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가까운 친구가 물었다."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 거야? 혹은 자식이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 할거야?" 너무 어릴 때 해 본 생각이고,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나야 하는 모든 일에 수학이 필요하지 않아 본 적이 없지만, 경우에 따라서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학이란 어려운 수준의 수학도 아니고 정규교육과정에 있는 수학, 조금 더 나아가 대학 학부 수준에서 필요한 정도의 수학이다. 그러고 잠시 생각해 봤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고등학교 때 어떤 선생님인가, 아니면 어디 인터넷 강의에서 봤었나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로 고등학교 교육과정 중 일부를 성인이 돼서 실 생활에 응용하는 예시를 들어줬던 것 같..
의대 증원에 대한 생각
의대 증원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대통령실에서 총선 어젠다로 대표적인 기득권 전문직인 의사 때리기에 나섰고, 국민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국민들이야 대다수 기득권 의사들과 관련이 없으니(없다고 생각하니) 당연하다. 이런 류의 정책은 선거를 앞두고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의사들의 반발도 심상치 않다. 최근 전문의 수련을 받고 있는 친구를 만나 술을 먹었다. 어찌 사느냐,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심층적으로 물어볼 계획이었지만, 이미 사표 쓰고 쉬고 있다는 말에 적잖이 놀랐다. "이 친구야 이제 갓 태어난 딸도 있고, 모아둔 돈도 없으면서 괜찮겠어?", "몰라. 그렇다고 개돼지 취급받을 수는 없잖아." 친구에게 의료계 입장을 이것저것 들었다. 예상했던 대답도 있고 예상치 못했던 대답도 있었다. ..

월요병 극복하기
직장인들은 일요일 저녁부터 괴롭다. 주말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또 다시 월요일이다. 무기력, 우울증, 불안에 시달린다. 바로 월요병이다. 조금 심하면 토요일부터, 어떨 때는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을 걱정한 적도 있다. 휴가가 제일 필요한 사람은 휴가 다녀와서 첫 출근한 사람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그만큼 일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시동을 거는 것은 고달프다. 한때 월요별 해결 방법이라며 일요일에 잠깐 출근해서 일하면 도움된다는 슬기로운 해법이 뉴스에 나와서 직장인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 외에도 나름의 수단으로 심신의 안정을 유지하며 직장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월요병에 시달리지 않도록, 각자의 방법으로 노력을 해 나간다. 그러나 월요병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은 일요일에 출근하는 것도 아니..

미도 유방 만졌잖아!
"니 손목 잘라야겠어. 미도 유방 만졌잖아! 이 씹 새끼가!" 박찬욱 감독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이우진의 함정에 빠져서 사설감옥 관리자인 철웅네 일당이 미도를 묶어두고 오대수에게 복수를 하려는 장면이다. 이 철웅네 일당은 이미 오대수에게 한 번 당한 바 있고, 철웅 본인은 이가 생으로 뽑혀서 똑같은 복수를 해주려고 한다. 철웅네 일당이 미도를 미끼로 오대수를 제압하고, 오대수의 이를 장도리로 뽑기 직전에 이우진이 전화를 해서 돈을 주고 복수를 그만두게 한다. 이 때 오대수는 철수하려는 철웅네 일당에게 "싸우자"며, "니 손목 잘라야겠어. 미도 유방 만졌잖아! 이 씹 새끼가!" 하면서 달려든다. 물론 발에 걷어 차이고 끝나지만. 이 외설적인 대사는 외설적이어서만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나에게는 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