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 Thoughts
페이커의 프로페셔널
2025년 롤(League Of Legends) 월즈에서 페이커 선수가 이끄는 T1이 또 우승했다. "또"라고 쓴 이유는 페이커가 작년에도 우승했고, 그 전년에도 우승해서 세 번 연속 우승기록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번 우승으로 페이커는 월즈 6회 우승이라는, 사실상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기록을 썼다. e스포츠 특성상 언젠가는 롤의 인기도 시들해질 텐데, 아마 롤 리그가 없어질 때까지 페이커의 기록을 깨는 사람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 기자가 페이커에게 "e스포츠도 스포츠라고 생각하냐"는 식의 다소 무례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때 페이커가 이렇게 답했다. "몸을 움직여서 활동하는 게 기존의 스포츠 관념인데, 그것보다 중요한 건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께..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포 없는 감상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 나온다고 해서 몇 주 전부터 개봉을 기다렸다가 개봉 첫 날 봤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은 박찬욱이다. 그의 영화는 늘 새롭고 신선한 것을 보여준다. 폭력적이고 과격하면서도 등장인물의 심정에 공감되게 하고, 아름다운 미장센이 존재하며, 쉽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개연성이 높은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갖추고, 진한 여운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는 영화를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고, 그 불편함 속에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거나,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박찬욱 감독이 특히 그런 부분을 잘 보여준다고 본다. 이번에 개봉 첫날 관람한 "어쩔수가없다"도 그런 영화다. 큰 틀에서 주제는 "사양 산업에서 공장 ..
일간지(종이신문)를 읽는 이유
어릴 때부터 종이신문이 친숙했다. 새벽에 늘 신문이 배달됐다. 아버지는 늘 출근 전에 거실 바닥에 신문을 펼쳐놓고 읽으셨다. 구부정하게 반쯤 엎드려 읽는 자세가 불편하지 않으신가 생각이 들었다. 또 어머니는 사무실에서 남는 신문이라며 퇴근길에 석간신문을 들고 들어오셨다. 한 달이면 폐지가 한 묶음 나와 그것을 폐지 수거함에 버리곤 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읽는 신문을 나도 읽어보려고 몇 차례 시도 했던 기억은 나는데, 한자도 너무 많고 정치면 기사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었다. 읽지는 않았지만, 그 친숙함은 남아 있었다. 대학교 다닐 때 즈음 시사 상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멍청한(자기 분야만 잘 알고, 사회에는 무지한) 공대생은 되고 싶지 않아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이때도 ..
인류애
사람은 자기와 가까운 일에 대해 더 깊이 공감하고 이해한다. 나의 고통과 나의 죽음, 내 가족의 고통과 죽음, 친구와 지인들, 같은 지역, 회사, 그룹, 그 경계가 멀어질수록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인간의 본성일 수도 있다. 진화이론에 따르면 자기와 가까운 집단일수록 비슷한 유전자를 가졌을 확률이 높고, 이에 대해 더 깊은 이타심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나와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멀리 있는 사람의 일을 나와 상관없다고 치부해 버린, 그 본능대로 했던 행동들은 많은 비극을 가져오기도 했다. 다른 부족, 다른 나라와의 전쟁, 다른 인종에 대한 학살, 계급 간 차별.. 나치도 아리아인들끼리는 강한 공감과 이타심을 보였다. 단지 유대인을 자신들과는 상관이..
챗지피티(ChatGPT) 이대로 괜찮을까?
새로운 세상에서도 사장되지 않을 '근본 스킬'(https://rootsoo.tistory.com/34) 이란 글에서 새로운 기술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멍청한 '기득권'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동시에 사장되지 않을 근본 스킬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 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른 방향으로 생각이 확장되고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챗지피티에 사소하고 잡다한 질문을 모두 물어가며 쉽고 빠르게 정답을 얻어내고 있었다. 특히 코딩 분야에서 챗지피티는 가공할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구글링 해서 관련 문법을 찾고, 이를 응용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스택오버플로우를 뒤져가며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 나갔다면, 이제는 그냥 "이런 동작을 하는 코드를 짜고 싶어, 파이썬으로"라고 치기만 하면..
민희진이 되자 - 민희진 2차 기자회견을 보고
하이브와 어도어, 방시혁과 민희진과의 공방으로 대한민국이 뜨겁다. 평소 아이돌 산업에 관심이 없는 이들까지도 민희진을 이야기한다. 세상 사람들은 민희진의 1차 기자회견이 주는 임팩트를 이야기하지만, 나는 민희진 해임을 막는 가처분소송 인용 후 가진 2차 기자회견에서 민희진이란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하이브와 어도어 간의 분쟁은 각자의 입장 차이가 있는 문제고, 주주 간 계약, 상법상 절차에 따라서 공방이 이루어질 것이고 누구 일방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고 해서 일방만 옳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이 글은 민희진이라는 인간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글이다. 1. 경영인의 관점 민희진은 훌륭한 경영인이다. 인터뷰 내내 민희진은 어떤 것이 주주에게 이득이 되는지를 얘기했다. 어도어의 대표로서 최고의 ..
[넷플릭스] 애슐리 매디슨(Ashley Madison)
넷플릭스 다큐 애슐리 매디슨을 봤다.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앱이지만 꽤나 유명한 사건이었나 보다. 애슐리 매디슨은 기혼자들을 위한, 불륜을 위한 데이팅 앱이다. 존재부터 엄청 자극적이다. 그리고 이 앱의 존재를 반대하는 세력이 이 데이팅 앱의 데이터를 해킹하고, 사용자들의 정보를 다크웹에 뿌리는 일련의 사건을 보여주는 다큐였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사용자 정보가 공개되고 많은 사람들이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많은 사람들 이래 봤자 불륜을 목적으로 데이팅앱에 가입한 사람들이다. 이 중 (다큐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유명인도 있고, 다큐에서 주로 소개되는 유튜버도 있었으며, 또 누군가는 직장에서 짤리기도, 누군가는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숨기고 싶은 사생활이 있다. 그리고 사생활이라 ..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가까운 친구가 물었다."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 거야? 혹은 자식이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 할거야?" 너무 어릴 때 해 본 생각이고,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나야 하는 모든 일에 수학이 필요하지 않아 본 적이 없지만, 경우에 따라서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학이란 어려운 수준의 수학도 아니고 정규교육과정에 있는 수학, 조금 더 나아가 대학 학부 수준에서 필요한 정도의 수학이다. 그러고 잠시 생각해 봤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고등학교 때 어떤 선생님인가, 아니면 어디 인터넷 강의에서 봤었나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로 고등학교 교육과정 중 일부를 성인이 돼서 실 생활에 응용하는 예시를 들어줬던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