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손목 잘라야겠어. 미도 유방 만졌잖아! 이 씹 새끼가!"
박찬욱 감독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이우진의 함정에 빠져서 사설감옥 관리자인 철웅네 일당이 미도를 묶어두고 오대수에게 복수를 하려는 장면이다. 이 철웅네 일당은 이미 오대수에게 한 번 당한 바 있고, 철웅 본인은 이가 생으로 뽑혀서 똑같은 복수를 해주려고 한다.
철웅네 일당이 미도를 미끼로 오대수를 제압하고, 오대수의 이를 장도리로 뽑기 직전에 이우진이 전화를 해서 돈을 주고 복수를 그만두게 한다. 이 때 오대수는 철수하려는 철웅네 일당에게 "싸우자"며, "니 손목 잘라야겠어. 미도 유방 만졌잖아! 이 씹 새끼가!" 하면서 달려든다. 물론 발에 걷어 차이고 끝나지만.
이 외설적인 대사는 외설적이어서만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나에게는 굉장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이 장면 전까지의 오대수와 미도는 서로 호감, 연민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사랑까지는 아니었다. 미도는 불쌍한 오대수의 복수를 도와주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미도가 위험에 처하자 바로 뛰어가서 분노하는 모습은 동료로서, 어른으로서, 친구로서 모두 가능한 행동이다. 그런데 그 분노의 이유가, 손목을 잘라버리고 싶을 만큼 강한 분노를 느끼는 이유가 미도의 가슴을 만졌기 때문이란다. 이건 보통 납치범에게 느끼는 분노가 아니라 다른 남자에게 느끼는 질투와 같은 유형의 분노다. 실제로 이 사건 이후로, 미도는 오대수를 허락하며 둘은 사랑하게 된다.
오대수의 사랑 고백과, 이를 새삼 인지하게 되는 미도의 상황을 "유방 만졌잖아!" 라는 대사로 표현한 것은 박찬욱 감독 특유의 폭력과 사랑의 역설적인 조화처럼 느껴진달까나? 그래서 흥미롭다.
'Other Thou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대 증원에 대한 생각 (1) | 2024.03.20 |
---|---|
월요병 극복하기 (0) | 2024.01.17 |
실천의 관성 - 슬럼프에 빠진 이에게 (4) | 2023.06.27 |
새로운 세상에서도 사장되지 않을 '근본 스킬' (2) | 2023.04.22 |
MZ세대와 꼰대 (2) | 2023.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