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넵튠 스피어' 작전을 이끈 윌리엄 H. 맥레이븐(William Harry McRaven) 전 미군 특수작전사령관이 텍사스 대학교 졸업연설에서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침대 정리부터"하라는 연설을 한 적 있다.
그리고, 삼류 작가 에디가 뇌를 100% 활용할 수 있는 NZT-48이라는 약을 먹고 천재가 되고 엄청난 일들을 해내는 영화 리미트리스(Limitless)에서 이 약을 먹고 주인공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쓰레기더미에 쌓인 집을 정리하는 일이다.
내 생각에 큰 일을 하기 위해 침대를 정리할 필요도 없고, 집을 정리할 필요도 없지만, 그건 본인의 선택이지만, 이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안다. 바로 "실천의 관성"이다.
큰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계획한 만큼 공부를 다 하지 못하고, 저녁에는 반 즈음 놀아버리고, 후회와 한탄, 자괴감으로 점철된 하루를 보내는 날이면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꼭 생각하고 다짐했다. "내일부터는 진짜, 내일부터는 계획대로, 내일부터는 열심히, 내일부터는.. "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는 사람은 어제의 나와는 분명히 다른 사람이었다. 모든 세포를 원자단위로 분리한 후 다른 위치에서 재배치하여 만들어진 사람은 나와 같다고 할 수 있는지, 같은 의식이 있을지 하는 순간이동에 관한 철학적 논쟁이 떠오른다. 어제 잠들기 전 내일부터는 진짜 열심히 살겠다는 나와, 아침에 흐리멍덩하고 잠이 덜 깬 채로 일어난 나는 분명히 같은 사람이지만, 분명히 다른 사람이다. 수면과정에서 일어나는 호르몬의 변화 때문인지, 램 수면을 오가는 단계에서 의식이 단절되어서인지, 아침에 나는 어제와 다르게(그러나 실패한 어제의 아침과 같게) 한 없이 졸리고 게을러진다. 일단 조금 더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그럼 또 엉망인 하루가 반복된다.
한때는 이런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린 기간도 있었지만, 이제 나는 나를 다루는 방법을 안다. 그게 누구에게는 침대를 정리하는 방법일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지 상관없다. 무엇이든 보람 있는 일을 하나 "실천"하면 된다. 아주 작은 일이어도 좋고, 아주 중요하고 큰 일이어도 된다. 운동이어도 좋고, 샤워라도 좋고, 당장 작업을 위해 책상에 앉아도 된다.
그러면 그 실천의 에너지는 관성이 생겨서, 스노우볼 굴러가듯 점점 커지고, 어떤 일이든 수행하는 것이 아주 쉬워진다. 그리고 이 작은 실천을 하고 관성을 붙이는 것에도 관성이 생겨서, 나중에는 별 생각도 안 든다. 그냥 한다. 하는 것이 제일 나은 선택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오늘도 그냥 하자. 하기 싫으면 더 작은 일부터 하자. 그것도 하기 싫으면 내일부터 해도 되는데, 그것보다 아주 작은 일 하나만 하고 나머지는 내일 하면 된다. 일단 지금 작은 스노우볼은 굴려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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