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십여일이 지났다.
어떻게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나올수 있는지 그 충격과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치권과 수사당국은 분주히 책임자의 잘잘못을 따지고 있다.세월호 침몰 사건이나, 대구 지하철 참사와는 또 다르다. 앞선 사건은 수많은 사람을 사상자로 만든 어떤 개인의 범행이 있었기에 분노의 화살을 쉽게 겨냥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범행이 동반되지 않는 문자 그대로 '사고'였다.
그렇다고 아무의 책임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도심 한복판에서 어떤 법규나 통제를 일탈하지 않는 시민이 150명 넘게 사망한 상황에서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음에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행사라, 폭력사태를 동반하지 않는 사고라, 거리두기 해제 후 3년만에 하는 행사라, 설마 이런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 많은 이유가 있어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 어떤 부분이든 국가가 역할을 하지 못 한 문제가 있었다.
누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무를 해태했고, 국가의 시스템이 어떻게 미비했길래 이런 참사가 발생했는지는 차차 밝혀내야 할 일이고,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다. 이 글에서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생각 해보려고 한다.
이런 대형 사고는 왜 늘 발생하게 되는 것인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왜 늘 부족한 것일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늘 부족할 수밖에 없는, 어쩌면 필연적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사고이 원인이야 한 가지로 특정할 수 없이 여러가지가 있고, 접근 방법에 따라서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한가지 중요한 원인은 일어나지 않은 사고에는 칭찬이 없기 때문이다. 즉, 어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성공적으로 사고를 예방하더라도, 실제 아무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 비용과 노력은 쓸데없는 낭비처럼 느껴지기 쉽다. 그런 노력을 안 했어도 어차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 처럼 생각된다는 것이다. 아무도 칭찬받을 사람이 없다.
몇년 째 서버 관련된 사고가 전혀 발생하지 않자 서버 보안 담당자들을 가장 먼저 해고했다는.. 웃지 못할 농담이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늘상 만연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사고 예방을 위해 본인을 희생하고, 개인적 혹은 사회적 자원을 들여 사회적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는가.
그러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예방된 사고는 칭찬받을 사람이 없다고 해서 사고예방 노력이 부족한 채로 두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사회구성원의 의식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도 이것이 예방되기 위해 적절한 노력과 비용이 투입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또 그 노력의 가치를 인지하고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식화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있어야 한다.
단순히 사고관리 책임자의 선견지명 또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위험하고 실제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사회구성원이 모두 인지하고, 경찰이 인원을 통제하거나 어떤 규제가 있어도 이것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선행되어야 안전규제에 대한 제도화와 이를 운용하는 책임자들의 올바른 판단이 함께 따라올 수 있다.
매번 사고가 발생하면 소 잃고 뒤늦게 외양간을 고친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늘 겪은 후에 의식화가 뒤따라온다. 문제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것이다. 설마 또 이런일이 발생하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은 언제나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사고는 안타깝지만 안타까운 사고를 계기로 우리는 또 조금 더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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