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와 가까운 일에 대해 더 깊이 공감하고 이해한다. 나의 고통과 나의 죽음, 내 가족의 고통과 죽음, 친구와 지인들, 같은 지역, 회사, 그룹, 그 경계가 멀어질수록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인간의 본성일 수도 있다. 진화이론에 따르면 자기와 가까운 집단일수록 비슷한 유전자를 가졌을 확률이 높고, 이에 대해 더 깊은 이타심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나와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멀리 있는 사람의 일을 나와 상관없다고 치부해 버린, 그 본능대로 했던 행동들은 많은 비극을 가져오기도 했다. 다른 부족, 다른 나라와의 전쟁, 다른 인종에 대한 학살, 계급 간 차별.. 나치도 아리아인들끼리는 강한 공감과 이타심을 보였다. 단지 유대인을 자신들과는 상관이 없는 인종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생각을 돌이켜 나를 관찰해 본다. 이번 무안국제공항 비행기 사고는 한국에서 벌어진, 한국인들이 당한 사고이다 보니, 그리고 나도 늘 타던 비행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다 보니, 나도 언제든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마음이 든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마음이 먹먹하고, 관심 가지고 애도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아버지가, 한강 작가의 인터뷰를 대신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아직도 전쟁 중"이라고 했다. 그녀의 인류애와 공감의 범위는 당연히 나의 그것보다는 훨씬 클 것이다. 그러니 "소년이 온다"와 같은 소설을 써낼 수 있겠지.
그녀의 말대로 세계는 곳곳에서 전쟁 중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헤즈볼라 사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계속 사람이 죽고, 난민이 되고, 고통받고 있다. 뉴스로 이 소식을 접하면, 한국은 전쟁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마치 남 일처럼 치부하게 된다. 나의 공감 범위는 역시 한참 부족하다.
다수의 인류가 과거보다 더 이성적으로, 더 넓은 공감의 범위를 가지고, 더 많은 인류애를 가지고 다룬다면 더 많은 세계 곳곳의 문제들이 해결이 가능하다. 인간은 아직 그러고 있지 않을 뿐인 것 같다. 내 가까운 쪽에 더 공감하고, 더 관심 갖는 것이 당연한 인간의 본성이더라도, 그 본성에 이성을 더해 더 넓은 인류애와 공감의 범위를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세상이 조금씩 더 나아지길 기대해 본다.
'Other Thou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챗지피티(ChatGPT) 이대로 괜찮을까? (0) | 2024.06.23 |
---|---|
민희진이 되자 - 민희진 2차 기자회견을 보고 (0) | 2024.06.03 |
[넷플릭스] 애슐리 매디슨(Ashley Madison) (0) | 2024.05.30 |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0) | 2024.05.12 |
의대 증원에 대한 생각 (0) | 2024.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