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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를 읽고
어릴 때는 소설을 꽤 좋아했었는데, 어느새부터인가 소설을 잘 안 읽게 된다. 상상, 이입, 공감 이런 감정들은 이제 좀 진부하게 느껴졌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약간의 유희는 있을지언정 사는데 크게 도움이 될까? 오히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거나, 새로운 생각을 얻는 책들이 더 좋아서 그런 비문학들만 즐겨 찾아보곤 했다. 한강작가의 노벨상 소식을 듣고 축하하는 마음과 동시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책 읽는 걸 좋아한다면서 한국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는데 그 작가 책을 읽어 본 적이 없다니. 그래서 이 기회에 얼른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참에 오랜만에 소설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죽은 중학생 소년과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중학생 소년..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을 읽고
친구의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를 보고) 가볍게 책장을 펼쳤는데, 삶의 방향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도움 되는 이야기들을 간결하게 풀어낸 아주 좋은 책이었다. 몰입해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저자는 경제학자 러셀 로버츠(Russel Robers)다.그는 경제학자인데도, 재미있게도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 고전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선택과 비용편익 계산 방법이 얼마나 적절하지 못 한지 설명한다. 그리고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는 어떻게 고찰하고 결심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그 답을 제시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이란, 결혼, 출산, 이직, 얼마나 솔직할 것인지, 얼마나 양심을 지킬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등 단순히 비용과 편익으..
마키아벨리 군주론을 읽고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 '군주론'을 읽었다. 행정학을 공부하면서, 어느 피셋 지문에서, 또는 다른 책이나 칼럼에서 '군주론'이 소개되고 인용되는 것은 많이 봤었다. 또 마키아벨리즘으로 표현되는 인간 본성에 관한 통찰에 대해서도 간단하게는 알고 있었다. '나중에 읽어야지' 하며 미루고 있다가 서점 가판대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골라서 집어 왔다. 여러 버전으로 번역, 출판되어 있었으나, 해설이 가장 충실하게 달린 것으로 판단되는 것(최현주 옮김, 김상근 감수, 출판사 페이지2북스)을 집었다. 결과적으로 굉장히 잘 한 선택인 듯. 인문학 또는 사회과학 책을 이렇게 깔끔하게 번역하고 자세하게 해설을 달아놓은 것은 본 적이 없다. 군주론은 1500년대에 쓰인 책으로, 이미 세계적으로 많이 연구&번역이 되어..
도파미네이션을 읽고 - 절제가 만드는 안정감
예전에 '도파민형 인간(대니얼 Z. 리버먼 지음)'이라는 책을 읽고 인간의 많은 것, 예를 들어 쾌락과 도전, 동기부여와 같은 행동양태까지 관장하는 도파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책을 읽자 때를 기다렸다는 듯 각종 sns나 매체에서 도파민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야기하는 콘텐츠가 많아졌다. 내가 저 책을 우연히 발견해서 읽은 줄 알았는데, 매체에서 다뤄지는 도파민에 대한 내용을 보니 그것이 아니라 이미 도파민이 화두여서 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고 내 눈에 띈 것 같았다. 도파민이 화두인 이유는, 현대인들이 도파민 과잉 시대에서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겠다. 특히, 숏폼, 가챠, 설탕, 마약, 도박 등 각종 사회문제에 도파민이 늘 관여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챗지피티(ChatGPT) 이대로 괜찮을까?
새로운 세상에서도 사장되지 않을 '근본 스킬'(https://rootsoo.tistory.com/34) 이란 글에서 새로운 기술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멍청한 '기득권'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동시에 사장되지 않을 근본 스킬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 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른 방향으로 생각이 확장되고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챗지피티에 사소하고 잡다한 질문을 모두 물어가며 쉽고 빠르게 정답을 얻어내고 있었다. 특히 코딩 분야에서 챗지피티는 가공할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구글링 해서 관련 문법을 찾고, 이를 응용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스택오버플로우를 뒤져가며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 나갔다면, 이제는 그냥 "이런 동작을 하는 코드를 짜고 싶어, 파이썬으로"라고 치기만 하면..
민희진이 되자 - 민희진 2차 기자회견을 보고
하이브와 어도어, 방시혁과 민희진과의 공방으로 대한민국이 뜨겁다. 평소 아이돌 산업에 관심이 없는 이들까지도 민희진을 이야기한다. 세상 사람들은 민희진의 1차 기자회견이 주는 임팩트를 이야기하지만, 나는 민희진 해임을 막는 가처분소송 인용 후 가진 2차 기자회견에서 민희진이란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하이브와 어도어 간의 분쟁은 각자의 입장 차이가 있는 문제고, 주주 간 계약, 상법상 절차에 따라서 공방이 이루어질 것이고 누구 일방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고 해서 일방만 옳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이 글은 민희진이라는 인간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글이다. 1. 경영인의 관점 민희진은 훌륭한 경영인이다. 인터뷰 내내 민희진은 어떤 것이 주주에게 이득이 되는지를 얘기했다. 어도어의 대표로서 최고의 ..
[넷플릭스] 애슐리 매디슨(Ashley Madison)
넷플릭스 다큐 애슐리 매디슨을 봤다.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앱이지만 꽤나 유명한 사건이었나 보다. 애슐리 매디슨은 기혼자들을 위한, 불륜을 위한 데이팅 앱이다. 존재부터 엄청 자극적이다. 그리고 이 앱의 존재를 반대하는 세력이 이 데이팅 앱의 데이터를 해킹하고, 사용자들의 정보를 다크웹에 뿌리는 일련의 사건을 보여주는 다큐였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사용자 정보가 공개되고 많은 사람들이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많은 사람들 이래 봤자 불륜을 목적으로 데이팅앱에 가입한 사람들이다. 이 중 (다큐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유명인도 있고, 다큐에서 주로 소개되는 유튜버도 있었으며, 또 누군가는 직장에서 짤리기도, 누군가는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숨기고 싶은 사생활이 있다. 그리고 사생활이라 ..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가까운 친구가 물었다."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 거야? 혹은 자식이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 할거야?" 너무 어릴 때 해 본 생각이고,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나야 하는 모든 일에 수학이 필요하지 않아 본 적이 없지만, 경우에 따라서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학이란 어려운 수준의 수학도 아니고 정규교육과정에 있는 수학, 조금 더 나아가 대학 학부 수준에서 필요한 정도의 수학이다. 그러고 잠시 생각해 봤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고등학교 때 어떤 선생님인가, 아니면 어디 인터넷 강의에서 봤었나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로 고등학교 교육과정 중 일부를 성인이 돼서 실 생활에 응용하는 예시를 들어줬던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