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도파민형 인간(대니얼 Z. 리버먼 지음)'이라는 책을 읽고 인간의 많은 것, 예를 들어 쾌락과 도전, 동기부여와 같은 행동양태까지 관장하는 도파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책을 읽자 때를 기다렸다는 듯 각종 sns나 매체에서 도파민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야기하는 콘텐츠가 많아졌다. 내가 저 책을 우연히 발견해서 읽은 줄 알았는데, 매체에서 다뤄지는 도파민에 대한 내용을 보니 그것이 아니라 이미 도파민이 화두여서 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고 내 눈에 띈 것 같았다.
도파민이 화두인 이유는, 현대인들이 도파민 과잉 시대에서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겠다. 특히, 숏폼, 가챠, 설탕, 마약, 도박 등 각종 사회문제에 도파민이 늘 관여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반대로 어떤 사업이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도파민을 자극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파민형 인간'이 도파민의 작용방식과 그로 인해 일어나는 것들에 대한 설명이라면, '도파미네이션'은 도파민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어떻게 이를 조절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다. 작가는 중독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이며, 본인이 겪은 중독과 치유의 과정, 그리고 본인이 상담한 많은 환자들의 중독과 치유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제일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처음부터 강렬하게 등장하는 자위에 중독된 남자다. 어릴 때부터 자위가 너무 좋았던 제이콥이라는 남자는 급기야 자위기계를 직접 만들기에 이르렀다. 금속 막대 한쪽을 레코드 플레이어에 연결하고, 다른 한쪽 끝을 부드러운 천으로 감싼 금속 코일에 연결한다. 그리고 그 천과 코일을 성기에 두르고 레코드를 플레이한다. 레코드 플레이어의 속도를 조절해서 코일에 흐르는 전류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사정을 조절하며 하루에 몇 시간씩 자위를 했다고 한다. ㅋㅋ
원래 재능낭비에서 낭만과 아름다움이 생긴다고 믿고 있는데, 이런 재능낭비는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의 자위왕이라는 상이 있다면 그가 수상해도 문제없을 것 같다. 어쨌든 그는 이 자위 문제로 아내와 이별까지 했다가, 각고의 노력 끝에 자위를 끊고 가족과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중독은 뇌를 변화시킨다. 죄책감은 줄어들고 쾌락은 당연해진다. 불행한 것은 쾌락에도 내성이 생겨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또 다행인 점은, 이런 중독에서 벗어나서 도파민을 줄이면 뇌가 또 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균형을 찾게 된다는 점이다.
어떻게 해야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실천은 어렵지만.) 스스로를 마주 보고 중독을 인정하고, 절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앞서 말했듯 절제는 점점 뇌를 변화시키고, 절제가 이어질수록 중독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리고 이 절제를 위해 다른 방식의 고통을 가하거나,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너무 과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고통을 주는 찬물 샤워로 심신을 치유하려다 찬물 샤워에 중독되어 나중에 얼음까지 담가놓고 물에 들어간다는 환자의 에피소드도 있었다.
그리고 흥미로웠던 점은 솔직함에 대한 이야기다. 솔직함은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일 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근본적으로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기제다. 쾌락, 거짓말 같은 어떤 흥분감이 행복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절제와 솔직함에서 오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나와 타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다. 쾌락 과잉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한번 즘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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