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사 입문
에른스트 H. 곰브리치가 쓴 곰브리치 세계사를 읽었다. 세계 역사서에 대한 유명한 고전인데, 그냥 우연한 기회에 최근에 새삼 새로 접하게 돼서 읽었다. 읽다가 맨 뒷면을 보니 '세계사를 처음 읽는 청소년에게 권하는 책'이라 쓰여 있다. 청소년을 한참 지난 나이에 읽어서 부끄럽기는 하다. 그치만 청소년에게 정말 권할만한 책이다. 역시 고전은 역사를 가지며 검증되었다는 점에서 믿고 볼만 하다.
생각해보면 세계사를 처음부터 훑은 것은 중학교 사회시간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 특정 사건에 대해서 읽거나, 어떤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나 도시의 역사를 공부하거나, 혹은 게임하면서 어떤 역사의 이야기들을 접하기는 했지만,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서 읽은 일은 없었다. 그런 면에서 세계사의 전체적인 줄기나 흐름을 다시 되새길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역시 책 한권에 세계사를 다 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큰 줄기를 소개하듯, 이야기하듯 편하게 쓰여져 있다. 특정한 나라나, 시대, 인물, 사건이 궁금하다면 그것들을 또 찾아보며 익혀야 할 것 같다. 사실 세계사 입문서라니까 당연한 이야기다.
2. 진보
언뜻 생각하면 인류는 여러 역사를 거치면서 언제나 진보한다고 여기기 쉽다. 문명이 발달하고, 도시가 생기고, 이성과 과학이 발전하고, 인권에 대한 의식수준 모두가 진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는 우상향하는 주식 차트와 같아서 여러 해, 인류 전체 기간을 놓고 보면 우상향하듯 진보하지만, 짧은 기간을 놓고 보면 위아래로 계속 요동친 흔적이 있다. 크게 보면 고대의 찬란한 문명 이후에 암흑 같은 중세시대가 있었고, 더 작게 보면 어느 시대나 어느 문명이나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싶은 야만의 기록들이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마지막 부분이었다. 이 책은 원래 1935년에 초판이 나왔다. 1990년 이후에 씌여진 회고 부분을 제외하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1차 세계대전의 끔찍함까지 설명한다. 그리고 인류는 이제 끔찍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것처럼 마무리 되어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 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인류의 문명와 이성이 제일 발달한 것은 바로 지금인 것 같다. 마약, 범죄, 국소적인 전쟁, 환경 등 몇가지 해결해야할 과제는 있지만 드디어 인류는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를 도입해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엄청난 기술 발전으로 기아 문제를 해결했으며, 현재만큼 인권이 존중되던 시절도 없는 것 같다.(그것도 사실 서방세계의 입장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리과 과거에 벌어진 끔찍한 일들은 아직 이성과 합리를 찾지 못한 인류가 자행한 일처럼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100년 전에 그 시점 사람들도, 200년 전의 그 시점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곰브리치가 책을 집필한 1936년에도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 후로 인간은 또 전쟁을 하고, 살육하며 야만성을 보였다. 아마 앞으로도 언제나 그렇게 될 수 있다.
이성과 합리는 어쩌면 인간의 본성이 아닐수도 있다. 이성과 합리를 지키며, 퇴보하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 나가야 할 것 같다.
3. 전쟁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기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잉여농작물이 생기고, 사유재산이 생기고부터 지금까지 서로의 것을 뺏기 위해 죽고 죽이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을까 싶다.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지구에서 인간으로 태어나서 전쟁을 겪지 않고 한 평생을 살 확률이 그리 높지는 않을 것 같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우리나라를 포함에 많은 나라에서 전쟁은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심지어 지금도 전쟁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강대국들의 전쟁은 없었다는 점이다. 아마 이런 전쟁이 벌어지면 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것이라고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이런 교훈을 가지고 있는,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또 사라지고, 비이성이 지배하는 전쟁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틈새에,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기억하고 전쟁을 조심하는 세대에,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시대에서 그 발전을 바라보고 누리면서, 전쟁을 겪지 않고 한 평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꽤나 운이 좋은 인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4. 창백한 푸른 점 - 칼 세이건
인류사를 돌이켜 보다 보니 이 문장이 생각나서 다시 읽어봤다.
Look again at that dot. That's here. That's home. That's us. On it everyone you love, everyone you know, everyone you ever heard of, every human being who ever was, lived out their lives. The aggregate of our joy and suffering, thousands of confident religions, ideologies, and economic doctrines, every hunter and forager, every hero and coward, every creator and destroyer of civilization, every king and peasant, every young couple in love, every mother and father, hopeful child, inventor and explorer, every teacher of morals, every corrupt politician, every "superstar," every "supreme leader," every saint and sinner in the history of our species lived there-on a mote of dust suspended in a sunbeam.
저 점을 다시 보세요. 저것이 바로 이곳입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입니다. 저것이 우리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들어보았을 모든 사람들,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 저 곳에서 삶을 영위했습니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이, 우리가 확신하는 모든 종교, 이념, 경제 체제가,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가, 모든 영웅과 겁쟁이가, 모든 문명의 창시자와 파괴자가, 모든 왕과 농부가, 사랑에 빠진 모든 젊은 연인들이,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가, 희망에 찬 모든 아이가, 모든 발명가와 탐험가가, 모든 도덕 선생님들이, 모든 부패한 정치가가, 모든 인기 연예인들이, 모든 위대한 지도자들이,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저곳 -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많은 사람이 태어나고 죽었다. 누구는 역사에 이름을 남겼지만, 모두가 그러지는 못했고, 그게 또 죽고나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그냥 현 생에서 어떻게 살아야 제일 행복한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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