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 많은 사람들이 새해의 첫 일출을 보기 위해 동해로 모여든다. 새해의 첫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거나 무엇인가 새로운 다짐을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 행동에 대해 나는 몇 가지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먼저, 태양은 매일 뜨는 것인데 임의로 정해놓은 연도변경의 첫 날이 일출만이 크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고,
또한, 해 바뀌는 첫 날의 의미를 두더라도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동해가 해가 최초로 떠오르는 곳도 아니다.
게다가 무엇인가 바라며 소원을 비는 행위도 나와는 거리가 멀다.
추위도 싫고 아침 잠 까지 많은 나는 신년 일출을 보겠다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
첫째, 최근 추억 기록용으로 사진이 아니라 영상 클립을 모으는데 재미가 들려서 일출 영상을 찍어보고 싶었고,
둘째, 시스템 트레이딩 작업을 하면서 연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체크하고 있는데, 하나의 이벤트를 마련해 두면 기억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으며,
셋째, 최근에 과음을 해서 굳이 12월 31일에 과음하기가 싫었다.(평소에는 주로 술을 마셨다.)
일출 뷰 포인트는 원효대교로 정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동해에서 해가 처음 뜬다는 말은 참이 아니다. 더 빨리 해를 보고 싶으면 동해보다 더욱 동쪽으로 가 날짜변경선에서 일출을 봐야할 것이다. 이러면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신년 일출을 볼 수 있겠지?
어쨌든 동해에서 보나 서울에서 보나 어차피 제일 처음 뜨는 해도 아니므로, 적당히 내가 있는 장소에서 일출을 바라보면 된다는 말이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건물 위로 떠오르는 해보다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라는 것인데.. 이것은 서울에서 적당한 뷰 포인트를 찾으면 될 일이다. 마침 몇 년 전 신년 초하루 아침에 출근하는 길이었는데, 원효대교를 지날 때 차들을 갓길에 일제히 세우고 일출을 보는 사람들을 본 것이 생각났다.
2022년 1월 1일 서울의 일출 시간은 7시 47분이다.
초행길이라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6시부터 일어나 준비했다. 양말도 두개를 신는 등 할수 있는 한 최대한 중무장을 하고, 어제 다이소에서 급하게 구입한 문어발 삼각대를 챙겨서 집을 나섰다. 일찍 도착해서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했는데, 원효대교 갓길에 경찰차 한 대가 서 있다. 단속인가? 경찰도 일출을 보려는 건가? 서행하면서 눈치를 살피는데, 갓길에 세우는 다른 차에 사이렌을 울리며 이동하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아니 이런......
할 수 없이 원효대교 밑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원효대교로 올라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찍 출발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아직 하늘은 깜깜했다.
7시 좀 넘어부터 원효대교 중간에 자리를 잡고, 다리 난간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는데....
너무 춥고 시간이 안 간다. 심지어 핸드폰 카메라도 추위에 맛이 갔는지 엄청 느려지고 동영상 촬영이 잘 되지 않았다.
난간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경찰차는 갓길에 주차하려는 차를 파리 쫓듯이 쫓아내고 있었다.
어둠이 걷히면서 해가 뜨는 줄 알았는데, 아예 하늘이 다 밝아져도 해는 보이지도 않더라.
손과 발이 너무 아파서 견디기 힘들어 질 즈음 해가 떴다. 소원이고 다짐이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춥다라는 생각과 촬영이 잘 될까 하는 생각. 대충 하고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래도 한강에 부서지듯 비치면서 떠오르는 해는 멋있었다. 그리고 다신 이런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경험이었고, 내년 이맘때쯤이면 또 추억거리가 되겠지만, 빨리 집에가서 보일러 키고 자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개인적으로 큰 도전이 계획되어있는 2022년 새해가 시작됐다. 아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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