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 트레이딩"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벌써 여러 개 썼다. 뭔가 시리즈처럼 연재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이런 글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관련된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생활하면서 접하는 것들을 보고, 오 이것은 트레이딩이랑 이런 면에서 비슷한데? 종일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것이다. 전략을 만들고 돈을 버는 데는 별로 영양가가 없다. 그래도 트레이딩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마음가짐을 정비하는 데는 가끔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번에는 사업과 트레이딩이다. 사업과 트레이딩이라고 이름 붙이기는 했지만, 경제학에서의 시장경제와 시스템 트레이딩의 닮은 점이라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 같기는 하지만, 늘 그렇듯 운율이 더 중요하다.
사업과 트레이딩의 공통점은 이렇다.
첫째, 세상에 존재하는 비효율을 메꾸는 일이라는 점이다.
주식투자는 장기투자건 단기트레이딩이건 적정 가격과 실제 가격의 괴리, 즉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생각했을 때 매매를 해서 수익을 내도록 되어 있다. 매수하려는 수요가 아주 강해서 적정 가격을 넘어섰는데도, 매수세가 들어오고 가격이 올라가거나, 반대로 과도한 불안심리에 적정 가격보다 저평가되어있음에도 계속 가격이 오르지 않는 괴리가 모두 비효율이다.
사업도 마찬가지로 어떤 서비스와 재화에 대한 수요가 충분한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때, 이를 공급하는 사업체를 만들어서 수익을 내는 행동이다. 또 어떤 경우에는 수요와 공급이 있음에도, 이들이 원활하게 연결되지 못해서 다른 추가적인 탐색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적절하게 연결시켜서 탐색비용을 없애 주는 것이 플랫폼사업이 된다. 어떤 것이 되었든 세상에 존재하는 비효율과 괴리를 줄이고, 그 과정에서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것이 사업의 본질이다. 트레이딩과 아주 비슷하다.
둘째, 나의 행동이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주식시장에서 대량으로 매집, 매도를 하면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매매물량과 호가창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거래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전략마다 얼마큼의 금액을 운용할 수 있는지 한계가 정해지게 된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할 때 획기적인 비용절감 방법을 찾아내서 아주 효율적인 가격으로 이를 팔 수 있다고 해도 그 공급을 모두 매출로 연결시킬지는 미지수다. 광어 양식을 개발해서 광어 대량 공급이 가능해지면 그만큼 광어 가치가 떨어지고 저렴한 회로 간주되기 마련이다.
결국 한 가지 문제만 해결해서 막대한 부를 거머쥐는 것은 트레이딩도, 사업에서도 녹록지는 않다.
셋째, 경제적 해자, 진입장벽이 없으면 지속되기 어렵다.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는 경쟁사로부터 기업을 보호해 주는 높은 진입장벽과 확고한 구조적 경쟁 우위를 말한다. 전략을 개발할 때마다 생각한다. 이 전략을 탐색하는 난이도, 실행하는 난이도가 얼마나 어려운지, 진입장벽과 경제적 해자가 얼마나 있는지, 그것이 나의 수익을 얼마나 오랫동안 보존해 줄 수 있을지 말이다.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고 아이디어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전략은, 단기간 수익이 잘 난다고 해도 언젠간 알파가 사라져서 버려질 것이라고 마음먹고 있는 것이 속 편하다.
사업도 마찬가지로, 다른 후발주자가 쉽게 따라 하지 못하는 나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지속될 수 있다. 그것은 기술력이나 특허가 될 수 도 있고, 플랫폼의 선점효과, 특별한 영업방식이 될 수도 있다. 시작하기 전부터 나의 경제적 해자는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넷째, 될 때까지 되는지 모른다.
사업이든 트레이딩이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그 지겹고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야 만 여기 빛이 있었구나 알 수 있게 된다. 오늘도 깜깜한 터널을 전진하고 있는 이들에게 경의를. 몇 걸음 앞에 빛이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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