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트레이딩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상상이 있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돈은 알아서 벌어주고, 하와이에서 휴양을 즐기고 있는 나의 모습..
그러나 조금만 진지하게 공부해 보면 이 상상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또는 이 정도 경지에 다다르는 것이 얼마나 까마득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이런 경지가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 후 얻어지는 달인의 경지라고 생각된다. 나도 아직 멀었다.)
당장 이번 주말에도 신년 개장을 준비하며 종일 작업에 매달렸다. 전략별로 한 해 성과를 정리하고, 어떤 놈을 살처분할지 어떤 놈이 예쁜지 확인하고, 매매로그를 체크하고, 전략마다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연도별로 관리되는 DB 설정을 바꿔주고, 개장일(새해 첫 개장일) 시간설정값을 바꿔주고...
매매로그를 체크하는 과정에서 실 매매와 테스트 매매가 다른 부분이 확인됐다. 분봉 단위로 테스트한 것을 체결(틱) 단위로 매매하다 보니 종종 발견되는 차이였다. 지난번에도 비슷한 오류를 발견했는데, 큰 차이는 아니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미뤄뒀던 일이다. 또 발견됐으니 선 넘은 셈.. 마침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이므로 미루지 않고 수정작업에 들어갔다.
백테스트 자체를 체결 단위로 바꿔주고 실 매매로그와 차이 없음을 확인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분봉 단위로 테스트하는 것은 분봉이 완성돼야 매매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테스트되어 있어서 분명 체결 단위로 반응하는 것보다 매매판단이 느릴 텐데, 막상 두 가지 버전으로 테스트하고 비교해 보니 분봉 단위 매매가 더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예상과 벗어나는 결괏값이 나오면 작업은 늘어지기 마련이다.
다시 매매로그를 비교하고.. 분봉 단위 매매와 체결 단위 매매의 차이가 어떤 경우에 발생하는지, 어떤 종목들이 차이가 났는지 확인하는 등.. 반나절을 꼼짝없이 작업만 하고 나니 결국 분봉 단위로 매매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백테스트를 체결 단위로 바꾸는 대신 매매프로그램을 분봉 단위로 작동하도록(분봉이 완성된 후 매매판단을 하도록) 수정했다.
왜 분봉 단위로 신호를 체크하는 것이 성과가 좋은지 모르겠다. 뭐 분봉이 완성되기 전에는 휩쏘(whipsaw) 일 확률이 있다는 사후 추측은 가능하지만, 크게 의미 없다.
실시간 체결을 보고 매매를 하나, 분봉을 보고 매매를 하나 중요하지는 않다. Data로 확인하고 수익률이 좋은 방법을 쓰면 그만이다. 항상 답은 Data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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