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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사이언스의 시초 아리스토텔레스

2026. 5. 8. 14:51

  최근 서양철학 책을 읽다가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원래도 대단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스승, 그리고 논리학의 아버지. 철학뿐 아니라 윤리학, 정치학, 생물학, 수사학, 시학까지 손을 댄 거의 전방위형 천재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이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일인가 싶을 만큼, 인류사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지성이다.

 

  그런데 이번에 그의 업적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된 지점이 있었다. 그가 단순히 '머리가 좋아서 어려운 철학을 한 사람'이라기보다, 어쩌면 인류 최초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 가까운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가 파이썬을 켜서 크롤링을 하거나 SQL로 데이터를 추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이해하고 학문을 구축해 나간 방식은 묘하게도 오늘날의 데이터 분석 파이프라인과 완벽히 닮아 있다.

 

  먼저 그는 방대한 로우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집착했다. 당시 그리스 158개 도시국가의 헌법과 통치 체제를 전부 수집해 정치학의 기반을 닦았고, 수많은 동식물의 형태를 직접 관찰하고 해부해 생물학의 기초를 세웠다. 심지어 아테네 법정과 의회에서 변호사와 정치가들이 남을 설득하기 위해 쏟아내는 수많은 말들까지 샅샅이 수집했다. 이는 산재해 있는 텍스트, 이미지, 자연 현상이라는 비정형 데이터를 모아 거대한 '데이터 레이크(Data Lake)'를 구축하는 작업과 같다. 현재 구글이 가열차에 하고 있는 작업이다. 현실의 파편들을 분석 가능한 형태의 정보 자산으로 모으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첫 단계를 2,350년 전에 한 개인이 이미 실행한 것이다.

 

  그다음 그가 한 일은 수집한 데이터에 대한 분류와 라벨링이었다. 그는 모아둔 비정형 데이터들 속에서 공통된 패턴을 찾아냈다. 어떤 대상을 설명할 때 그것이 무엇인지(실체), 얼마나 큰지(양), 어떤 성질인지(질), 무엇과 관련되는지(관계) 등 10가지 범주로 나누어 정의했다. 이는 현대 머신러닝에서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데이터에 태그를 달아주는 라벨링 작업이자, 피처 엔지니어링과 다를 바 없다. 복잡하고 모호한 세상의 현상들을 논리적 연산이 가능하도록 명확한 메타데이터를 부여해 테이블의 스키마를 정교하게 짠 것이다.

 

  그리고 이 방대한 데이터 전처리와 정규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최종 산출물이 바로 '삼단논법'이다. 입력값(전제)이 참이면 출력값(결론)이 반드시 참이 되도록 설계된 이 논리 구조는, 인류가 최초로 발명한 완벽한 '규칙 기반 알고리즘'이었다.

 

  내가 늘 고민하고 관심 가지는 일도 본질적으로 이와 비슷하다. 중구난방으로 복잡하게 흩어진 자료들을 마주하면, 일단 구조화된 데이터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어 진다. 노이즈 속에서 유의미한 패턴을 발견하고, 무엇이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인지 골라내고 싶다. 막연한 감이나 직관에 의존하기보다, 실증적인 데이터와 논리로 검증하고 확인하려 한다. 그래야만 조금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현대의 도구들을 쥐고 매일같이 씨름하는 그 본질적인 고민을, 이미 2,350년 전의 현인이 똑같이 하고 있었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흘러간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치열하게 했던 고민은 결국 지금의 인간이 하는 고민과 맞닿아 있고, 그들이 먼저 겪은 시행착오는 내가 앞으로 겪을 오류를 줄여준다.

 

  새로운 시대의 최첨단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이 붙잡고 씨름해 온 본질적인 문제일 때가 많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통찰이 오늘날의 나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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