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권력투쟁의 기록이다. 권력을 얻기 위해 편을 만들고, 상대 편을 제압하고 말살한다. 그러면서 국가가 생기고, 국가 내에서도 세력이 바뀌고, 국가가 전복되기도 하고, 또 새로운 국가가 등장하기도 한다. 권력은 마약과 비슷해서 쉽게 중독된다. 권력의 단 맛을 본 자는 이를 절제하지 못한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많은 인물들은 권력의 맛을 본 후 "끝까지 가 보자"라는 생각으로 권력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면 그 과정에서 실패하고 죽어서 이름을 남기지 못하거나.
이렇게 인류는 권력을 차지해 가며 서로 죽고 죽이면서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다가 누군가(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생각했다. 이렇게 권력을 차지한 소수가 이를 독점하고 누리는 경우 그 국가의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오히려 권력은 견제받고 경쟁할 때 더 안전하게 사용된다고. 상대를 죽여야만 하는 권력투쟁은 서로에게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과거에 이런 권력배분 방법을 구현해 낸 나라가 있었다고. 그리고 그것을 적용시켜 보자고. 그렇게 탄생하고 발전되어 온 것이 현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권력투쟁을 문명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로를 죽이거나 말살하지 않는다. 그리고 국민에게 선택받기 위해 경쟁한다. 경쟁에서 승리한 자가 권력을 차지한다. 이 경쟁 과정에서 권력은 국민을 위해 사용된다. 선출받은 권력자가 권력을 남용하면 국민들은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이렇게 건전한 순환이 일어나며 경쟁이 반복된다.
그리고 이 룰을 정해놓은 것이 법이다. 법치주의는 죄를 지으면 법에 따라 벌을 받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법치주의는 국가가 권력을 미리 정해 놓은 방법에 따라 운용한다는 원리다. 이를 통해 개인의 자의적 지배나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막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권력이 운용되도록 한다. 법은 민주주의의 권력투쟁 룰을 사전에 정함으로써 투쟁 과정에서의 반칙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 권력을 얻기 위해 법을 어기는 반칙을 하면, 이는 국민에게 표로 심판받을 뿐 아니라 법적인 책임도 함께 지게 된다.
어느 그룹에게, 그리고 누구에게 권력을 줄 것인지 국민이 선택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표를 제일 많이 얻은 사람이 5년간 행정부를 통솔한다. 그리고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300명의 입법부 인원을 선출한다. 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며 서로를 견제한다. 이것 또한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 중 하나다. 그리고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견제뿐 아니라, 입법부 내에서도 당 간의 견제와 싸움이 일어난다. 국회의원 투표는 지역의 이익을 위해 힘써줄 것 같은 사람이나, 개인의 매력도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지만, 너희가 입법부에서 강한 세력을 형성해 상대 당과 잘 투쟁해 달라며 지지하기도 한다.
현재의 권력배분 방식은 국민이 선택한 결과이다. 대통령은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가 하도록 국민이 선택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그의 권력행사 방식을 보고 국민들은 많이 실망했다. 그 결과가 제22대 총선이고, 국민의힘은 108석을 가진 소수 여당이 됐고, 192석의 야당의 견제를 받게 됐다. 견제를 받으며 보다 절제된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야당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라는 경고였다.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뜻에 따랐어야 했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통과가 어렵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들어주며 국정을 함께 꾸려나가야 했다.
허나 대통령에게는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야당은 말살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겼고, 대립과 반목뿐이었다. 너희가 원하는 것을 들어줄 테니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달라는 협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통령이 돼서 펼쳐보고 싶은 이상과 정책도 그의 자존심 앞에서는 무의미해 보였다. 그런 이상과 정책이 애초에 없었을 수도 있다. 민주당도 이에 전투적인 태세로 화답했다. 너는 대통령의 권력을 그렇게 써라, 우리는 다수당의 권력으로 대응할 테니. 탄핵과 예산삭감, 특검법 강행처리 등 야당은 야당이 할 수 있는 견제 수단들을 총 동원했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여기까지는 우리 법이 정한 룰 내에서 이루어지는 정치 투쟁이다. 투표로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서로를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적극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투쟁이 과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이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권교체가 일어날 것이고, 야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서 심판하면 될 일이다. 그것이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채택하고 있는 투쟁의 승패를 가르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투쟁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반칙을 하기로 한 사람이 등장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는 정치적 협상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정치적 투쟁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를 불편하게 하고 견제하는 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런 방법은 우리 헌법에 정해두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인 상대를 말살하지 않고 경쟁하라는 원리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계엄인 것 같다. 그는 군을 동원하고 입법부를 해산하려고 했다. 이것이 대통령의 통치행위인지, 올바른 정치적 투쟁인지, 해석의 여지가 있는지 따질 필요도 없다. 명백히 위헌위법한 계엄이고,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가 허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것을 올림픽 같은 경쟁에 비유한다면 단순히 반칙이나 도핑을 한 수준이 아니다. 상대에게 총칼을 사용해 위해를 가하고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려는 시도다.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그것이 아무 일도 없던 것이 되거나, 책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부인이 나를 평소에 늘 못 살게 굴더라. 그래서 참다 참다 때렸다."는 말은 변명이 되지 못한다.
그는 "법적 책임도, 정치적 책임도 피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물론 지키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사실 이런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법적 책임도, 정치적 책임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헌법이 정한 룰에 따라 그를 파면시킬 것이고 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룰을 어긴 자에게 정해진 룰 대로 처벌하고 책임지게 하는 관용을 베풀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선출받은 권력자가 권력을 남용하면 그 세력에게 곧바로 다음의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이들이 얼마나 국민을 쉽게 생각하고, 또 권력을 남용할지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호락호락한 국민들이 아니다. 또 반대편의 세력이 권력을 남용하는 일이 발생하면 바뀔 것이지만, 당장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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