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한 대국민 담화와 그 이후 입장은 거짓말로 점철되어 있지만, 그중 언론에서 다루지 않던 것이 하나 있다.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습니다."는 내용이다.
추측컨대, 검경 특활비가 삭감되어 대한민국이 마약 천국이 되고 치안 공황 상태가 되었으므로, 비상계엄의 이유가 된다는 말일 것이다.
특수활동비는 안보, 수사 등 기밀의 이유로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예산이다. 명목은 그렇다. 국가정보원 예산은 전부 특수활동비로 편성되어 있고, 그 외에 대통령실, 법무부,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공정위 등 사정기관에 일부 편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특수활동비는 대부분 당초 취지와 다르게 잘못 사용되고 있다. 일선 수사담당자가 보안수사를 위해 특활비를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된다. 대부분 기관장과 주요 간부들의 깜깜이 현금성 경비로 사용된다
국정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특활비 1억 원을 뇌물로 준 바 있고(최경환은 이 뇌물수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홍준표는 여당 원내대표 때 국회에서 받은 특활비를 집사람에게 가져다줘 생활비로 쓰게 했다고 했다. 또한 이번에 대통령경호처가 윤석열 대통령 생일잔치 때 윤비어천가를 합창한 경찰 47명에게 준 격려금 같은 것이 특활비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을 지내면서 사용내역 공개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특활비의 맛을 봤을 테고, 대통령까지 된 지금은 그것이 얼마나 달콤한 권력인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감히 이런 특활비를 삭감한 민주당 놈들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권력을 너무 사랑하는 그의 분노는 이해되지만, 그것이 계엄이 사유는 될 수 없다.
애초에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국가 예산 중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특활비도 우리의 세금이다. 필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것이 시대 흐름에 맞다. 마약 수사 예산으로 얼마가 편성되고 쓰였는지 기록된다고 해서, 마약 범죄 조직이 "아 국회에서 예산안 통과된 것을 보니 내년 마약 수사 예산이 늘었더라, 잡히지 않게 범죄 방식을 바꾸자"라고 할 리는 만무하다. 정말 특활비가 필요한 부분은 대북공작, 방첩, 안보를 위한 지극히 일부의 분야다. 생일파티에는 더 이상 특활비가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대통령 담화문 중 이상한 부분이 또 있다. "마약 천국, 치안 공황 상태가 될 것입니다"가 아니라 "마약 천국,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습니다"는 것이다. 특활비는 2025년도 예산안에서 삭감된 것이므로, 2024년에 갑자기 예산이 삭감되자마자 마약 천국, 치안 공황 상태가 됐을 리는 만무하다. 계엄을 위해 이미 치안 공황 상태라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담겨있는 문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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