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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멈춘 것 같다.

2026. 3. 8. 02:41

  사무실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있었다. 

  같은 사무실을 쓰지만 엄밀히는 같은 팀은 아닌, 사이가 안 좋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 친하지는 않은,

늘 다른 사람에게 친절해서 나도 친절하게 대했던, 하지만 사적인 대화를 깊이 나눌 정도는 아닌, 그렇게 지내던 동료가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그 분이 세상을 떠났다. 집에서 자다가 돌연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내가 주변 사람의 죽음을 처음 겪은 것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언젠간 떠난다는 것도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러나 주변 사람의 죽음은 늘 슬프고 힘들다. 젊은 나이에 너무 이르게 멈춰버린 그의 삶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동료로서 어떤 것을 더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같이 있을 때 더 잘했어야 했나 싶다. 그렇지만 이미 늦었다.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싶다. 그래봤자 장례식장에 조금 더 오래 있을까, 일손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가족들의 상심을 위로해드릴 수 있을까. 부의금을 더 많이 냈어야 했나. 사소한 것들밖에 없다. 그래도 그렇게 마음이 쓰인다. 무엇을 더 해야 하지.

 

  그렇게 또 정신없이 동료를 보낸다. 그리고 우리는 또 노예니까 슬퍼할 겨를도 없이 일을 해야 한다. 일을 하면서도 사무실의 빈 자리가 느껴진다. 저 자리는 어떡하지? 짐은 어떻게 치우지? 며칠 뒤 가족들이 와서 짐을 정리해 간다. 그 모습을 보는 게 힘들어서 자리를 피했다. 

 

 마냥 슬퍼하고 속상해할 수는 없다는걸 알고 있다. 산 사람은 또 살아야 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세상이 돌아간다. 그렇게 또 적응하고, 일을 하면서 일상을 보낸다.

 

  그런데 그때부터 모든 게 멈춘 것 같다.

 

  사무실의 캡슐 커피머신의 캡슐통이 꽉 차 있다.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려다가 "어? 안 되네?" 하고 돌아선다. 내가 발견하고 비운다.   

 

  직원들끼리 스케줄을 공유하던 달력이 늘 출력되어 있다. 월이 바뀌었는데, 그 달력이 바뀌지 않는다. 내가 발견하고 새로 프린트해서 붙여 놓는다. 

 

  프린터 용지가 떨어져서 용지를 채워야 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전에는 이정도 빈도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계속 신경 쓰고 자주 채웠었나 보다.

 

  이외에도 일일이 말하기 어려운 사소한 불편함들이 계속 생겼다. 그전에는 안 그랬는데 왜이러지. 

 

  자동으로 돌아가던 사무실의 편의가 고장 난 기계처럼 멈췄다. 사실 알고 있다. 그가 계속 해오던 일이라는 걸.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는 몰랐다. 그리고 새삼 또 느낀다. 인싸처럼 좌중을 휘어잡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오가며 마주쳐 인사할 때마다 기분 좋게 웃어 주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늘 섬세하게 남을 챙기던 사람이라는 것을. 아무도 시키지 않은 사무실의 허드렛일을 묵묵히 하는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의 빈자리가 새삼 더 크게 느껴진다. 

 

  좋은 사람은 늘 먼저 떠나는 것일까.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일까. 조금 더 그에게 친절하게, 조금 더 살갑게 굴고, 그리고 조금 더 친해질걸. 사실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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