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나 트레이딩, 특히 시스템 트레이딩을 잘 모르는 사람과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늘 어렵다. "프로그래밍 짜서 주식을 자동으로 사고팔도록 해놔요." 정도로 설명하면 "우와 신기하네요"하고 넘어가는 사람도 있고, 흥미를 보이며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이 주식이나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대한 이해가 조금 있으면 대화가 즐겁게 흘러가는 편이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저게 대체 무슨 말이지' 하는 표정을 맞이하고, 나도 무어라 더 설명할 용기를 잃은 채 화제를 돌리게 된다.
원래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면서, 평소 투자에 관심도 많고, 시스템 트레이딩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이라면 꽤나 흥미를 보이며 내가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많은 호기심을 해결한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나도 신이 나서 나름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려 노력하는 편이다.
이렇게 자세하게 시스템 트레이딩이 무엇인지 설명을 듣던 사람이 결국 도달하는 질문이 있다. "그런데 자동으로 해놨는데, 왜 계속 일해요? 왜 전략을 계속 개발해요?"
전략마다 존재하는 캐파(capacity)와 (한국 현물 주식시장은 캐파가 특히 중요하다.) 전략 간 손실헷지를 통한 전략 포트폴리오 효과를 설명해야 하는데, 여기까지 오면 호기심 많던 사람도 "흠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다는 거구나"하는 표정으로 바뀌기도 한다.
누구나 처음 시작은 시간과 경제의 완전한 자유를 희망했었겠지만, 내가 경험한 이 분야는 종착점이 없다. 어느 정도 수익을 내는 다른 사람들도 다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아직 주변에서 완전히 연구를 접고 시간과 경제의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다. 있긴 하겠지?
처음에는 전략 1개 구동시키기도 어렵다. 어찌어찌 전략을 개발하고 이 전략이 수익을 가져다준다. 아 얼마나 기쁜 일인가. 기쁨도 잠시 수익이 잠깐 나는가 싶더니 길고 깊은 손실구간으로 돌입했다. 테스트 상 이 정도 손실구간은 당연히 있을 줄 알았다. 계속 버티면 되겠지? 하며 버틴다. 버틴다고 되는 것도 이 전략이 수익이 나는 옳은 전략일 때 해당하는 이야기다. 다시 손실을 상쇄하고 수익구간으로 올라올 수 있을지 확신하기 쉽지 않다. 이런 불안한 마음으로 버텨야 한다. 그럼 자연스레 다음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아! 이 전략과 성향이 다른 전략을 동시에 구동하면 하나의 전략이 손실이 날 때 다른 전략은 수익을 낼 수 있겠구나.' 이렇게 새로운 전략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이것이 전략 간 손실헷지고, 이렇게 구성된 여러 전략들이 전략 포트폴리오가 된다. 몇 개의 전략이 있으면 완벽한 헷지가 될까? 아마 끝이 없다.
또 한 가지 이슈가 있다. 돈이 잘 벌려도 문제가 생긴다. 처음에는 소액을 복리로 시작한다. 사전에 전략의 최대 캐파를 계산해 놓았든, 아니면 거래효과로 더 이상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구간에 진입했든, 단리로 전환해야 할 시기가 온다. 전략마다 일종의 최대 가용자금이 정해져 있어서 그 이상의 금액을 굴리면 수익이 망가지는 것이다. 물론 전략에 따라서 막대한 금액이 가능한 전략도 있지만, 개인이 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운용할 수 있는 캐파가 부족하면 내 수익 확장에 제한이 생긴다. 캐파를 늘리기 위해 전략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캐파를 일정 이상까지 쌓으면, 그 금액을 단리로 굴려도 평생 먹고살 돈을 벌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럼 전략개발을 접고 세계여행이나 다니며 살 수 있는 아니냐.' 이성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캐파를 일정 이상 쌓을 실력이 되면 내가 제일 잘하는 일과 제일 재미있는 일이 바로 이 일이 된다. 여태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해서 이제는 보다 쉽게 전략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굳이 그걸 멈출 이유가 없게 된다.
나는 아직 이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그런 것 같다.
끝 없는 도전에 뛰어든 모두에게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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