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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에서도 사장되지 않을 '근본 스킬'
기생수로 유명한 이와하키 히토시의 만화 히스토리에서 주인공인 에우메네스가 승마를 배우면서 '등자'를 사용한다. 승마를 해보지 않아도 등자를 사용해서 말을 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 지 상상할 수 있다. 양 발을 지지할 수 있어서 말에서 손쉽게 일어날 수 있고, 말 위에서 체중을 실어 무기를 휘두를 수 있게 된다. 간단한 도구지만 기병부대가 전부 사용하면 그 위력은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 승마를 가르쳐주는 스승은 등자가 편리한 것은 알겠으나 보조도구에 몸이 익숙해지면 나중에 등자 없이 승마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핀잔을 준다. 이것은 새로운 기술이 탄생할 때 기득권이 갖는 흔한 생각이다. 승마 선생은 이미 등자 없이 말을 잘 탈 수 있는 일종의 기득권자다. 등자를 통해 모두가 말..
MZ세대와 꼰대
MZ세대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아니 유행이라고 말하기도 너무 늦은 시점이다. 한물 간 유행어처럼 기성세대들이나 뉴스에서나 MZ세대를 부르짖으며 "요즘 애들" 타령을 하고 있다. 요즘 애들은 무엇이 특별할까? 전부터 X세대, 밀레니엄 세대니 하며 요새 젊은 애들은 이렇다는 뉴스 가십은 계속 있어왔다. 새로운 젊은 세대는 늘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행동하고 사고하고 싶어했고, 기성세대는 늘 그것을 신기한 듯 바라보거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참견했다. 세대가 바뀌면 늘 등장하는 젊은 세대인데, 새삼 특별한 것이 있을까? 회사에서도 신입사원들의 맹랑한 행동이나 말이 소문으로 퍼진다. "우와 역시 MZ세대" 하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런데 이정도 맹랑한 행동은 늘상 있어왔던 것 같다. 심지어 진즉 입사한, 이미 구세대..
운전과 트레이딩
꽉 막힌 올림픽대로를 운전하다 보면 어느 차선으로 가야 빨리 도착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옆 차선이 더 빨리 빠지는 것 같아서 옆 차선으로 옮기면 이내 내가 원래 있던 차선이 쭉 빠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특정 차선에 차가 없어서 빨리 가는 경우 다른 차들이 즉시 차선변경을 해서 그 차선의 유리함이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순간 비효율이 생겼다가 순간 사라지는 도로에서 저쪽 차선에 차가 적네라고 생각하고 움직였다가는 오히려 더 늦게 가기 십상이다. 이럴 때는 오히려 한 차선을 고수하며 느긋하게 가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 차가 많은 도로의 상태를 시장과 비교하면, 차선간 속도에 차이가 생기는 순간이 시장에 발생하는 비효율이다. 다들이 비효율을 좇아 움직이기 때문에 비효율은 이내 사라지게 된다. 비효..
맛집과 트레이딩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한참 재밌게 볼 때가 있었다. 연돈이니 포방터 아들이니 재밌는 에피소드도 에피소드였지만 나는 또 "식당을 운영하는 것과 시스템 트레이딩을 하는 것이 비슷한걸.." 하는 방송과 별 상관없는 생각을 하며 봤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것, 특히 식당을 맛집으로 만드는 것은 시스템 트레이딩을 하는 것과 유사한 측면이 많은 것 같다. 첫째, 레시피 개발이 핵심이며 무지 어렵다. 맛집을 만들기로 했으면 어떤 메뉴를 어떻게 만들어서 팔 것 인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다른 식당과 차별성이 있는 맛있는 메뉴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특히 맛뿐 아니라 재료의 가격, 조리의 효율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요리를 많이 해보거나 식당을 운영해 본 적이 없다면 맨땅에 헤딩 같은 일일 것이다. 시스템 트레이딩에 입..
일어나지 않는 사고에는 칭찬이 없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십여일이 지났다. 어떻게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나올수 있는지 그 충격과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치권과 수사당국은 분주히 책임자의 잘잘못을 따지고 있다.세월호 침몰 사건이나, 대구 지하철 참사와는 또 다르다. 앞선 사건은 수많은 사람을 사상자로 만든 어떤 개인의 범행이 있었기에 분노의 화살을 쉽게 겨냥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범행이 동반되지 않는 문자 그대로 '사고'였다. 그렇다고 아무의 책임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도심 한복판에서 어떤 법규나 통제를 일탈하지 않는 시민이 150명 넘게 사망한 상황에서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음에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행사라, 폭력사태를 동반하지 않는 사고라, 거리두기 해제 ..
고통의 심리
나는 통증에 매우 예민하고 엄살이 심한 편이다. 그러나 반대로 웬만한 고통도 잘 참아내기도 한다. 이 모순의 원인은 무엇인가. 내 몸이 다칠지도 모르는 원인불명의 고통은 작은 고통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고, 의료행위 과정에서 생기는 고통이나 스트레칭처럼 내 몸에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고통은 상당히 커도 잘 참아낼 수 있다. 결국 고통을 참는 인내심은 어떤 마음의 단단함이라기 보다는 고통의 원인과 결과를 아는 앎에서 발현된다고 볼 수 있다. 원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번에 새삼 그것을 뼈저리게(실제로 어깨뼈가 저리다) 느꼈다. 어깨 수술 후 보조기로 어깨를 고정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계속 원인 모를 통증이 생겨서 몹시 견디기 힘들었다. 수술 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통증이 줄어야 하는데 수술 3주..
통증의 가설
습관성 탈골을 치료하기 위해 어깨수술을 한지 3주가 지났다. 수술을 마친 주에는 타고 있는 차가 과속방지턱을 넘는 충격에도 비명소리가 나올 만큼 아팠다. 또 6주간 어깨를 고정시켜놔야 하는데, 팔을 묶어둔 보조기도 생각보다 답답했다. 어떤 자세를 취해도 고통과 답답함을 피할 재간이 없어 잠도 잘 못자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은 점점 줄어들었다. 2주차에 수술부위 실밥과 드레싱을 제거하고, 3주차즘 되니까 손도 대충 꼼지락 거릴수 있겠고 아픔도 덜해져서 지낼만하다 싶었다. 그러나 방심하면 사고는 생기기 마련이랬던가... 점점 나아지던 통증이 어느순간부터 다시 생기더니, 아침에 씻다가 억 하는 소리와 함께 비누를 떨어뜨렸다. 왼쪽 어깨가 덜그럭 거리면서 통증이 느껴졌다. 특별히..
도박과 트레이딩
주식투자나 코인투자, 그중에서도 단기간만 보유하는 트레이딩을 한다고 하면 그것은 도박과 다를 것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맞을 수도 있는 말이지만 제대로 트레이딩을 하는 경우에는 틀린 말이다. 도박과 (시스템)트레이딩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당장 다음 베팅(혹은 거래)의 수익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점은 같다. 도박의 경우 랜덤하게 나오는 다음 카드 등에 따라 내가 이길지 상대방이 이길지 확신할 수 없다. 트레이딩의 경우에도 다음 거래가 무조건 수익이 난다고 확신할 수 없다. 그런데 도박의 경우는 기댓값이 손실 혹은 마이너스기 때문에 게임을 지속할수록 자산은 0에 수렴해 간다. 카지노, 토토 등 대부분의 도박이 수수료, 세금, 확률적 불이익 등으로 기댓값이 마이너스가 된다. 로또도 이런 점..